공판검사 “재판 과정서 4·3의 또 다른 진실 깨달아”
11월26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 생존 수형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11.26/뉴스1 © News1
“4·3사건에 대한 이념적 논란을 떠나 예기치 않게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그들을 말없이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온 가족들의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들에게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한 18일. 이같은 발언은 변호인이 아니라 검찰의 최종 의견 진술에서 나왔다.
이날 재심 결심 공판에서 공판검사는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구하기 전 피고인들 앞에서 이례적으로 4·3의 아픔에 공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른 진실의 일면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굴에 피신했다 총살되고 질식사한 코흘리개와 노인들, 부모와 자식을 잃고 수십년 세월 말 못할 고통 속에 숨죽여 흐느낀 영령과 눈물이 뒤범벅된 곳이 이 땅 제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의 쓰라린 마음의 아픔, 나아가 역사와 민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진실을 최대한 밝혀보고자 하는 진심으로 재판에 임해왔다”며 “너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3일 현창용씨(86) 등 80∼90대의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70년 전 군인과 경찰에 체포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검찰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법한 10여 개 기관과 각종 서적, 논문, 사료 등을 수집했으나 당시 재판 기록을 찾는데 실패했다.
공소장 변경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게 된 검찰은 결국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 선고기일은 내년 1월17일이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