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정상에 오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축구대표팀이 일군 또 하나의 기적은 바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포상금이다. 베트남 현지 대기업과 재력가들은 자국의 역사를 새로 쓴 영웅들에게 포상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베트남 영웅에게 보너스를 안길 재력가는 누구인가.”
베트남의 새로운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59) 감독 앞에 놓인 또 다른 선물은 바로 푸짐한 ‘돈방석’이다. 현재로선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규모의 포상금과 보너스가 박 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 유력 재산가들은 자신이 박 감독의 연봉을 대신 지급하겠다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유수한 기업들은 앞 다퉈 포상금을 내놓겠다는 뜻을 공표한 상황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박 감독이 안을 포상금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VN익스프레스는 17일 “베트남 자동차 기업 타코그룹이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정상에 오른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박 감독에게 각각 20억동(한화 약 9700만원·동은 베트남 화폐단위)과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의 포상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현물 지원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그룹은 박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에게 2억원을 상회하는 빌라 사용권을 제공하고, PHG록스는 선수단 가족들에게 1억700만원 상당의 스마트 도어벨 1000개를 선물한다. 현재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3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고, 이미 현지 건설업체로부터 집 2채(하노이·다낭)를 선물 받은 박 감독으로선 더욱 풍성한 연말 보너스를 얻게 됐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한국에서 프로 지휘봉을 잡는 동안 1~2억원대의 연봉에 그쳤던 박 감독으로선 약 십수 년 만에 180도 달라진 대우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2005년 경남FC 창단 감독을 거쳐 상주 상무와 전남 드래곤즈, 창원시청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간 박 감독은 재임 기간 1억원에서 2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 현재 연봉(약 3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 포상금 덕분에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돈방석에 앉게 됐다.
한편 박 감독은 타코그룹의 포상금(1억1300만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겠다면서 선뜻 기부했다. 베트남은 물론 한국이 박항서 매직에 열광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