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기업체 후원 급감, 고액 기부자 발길도 크게 줄어 연탄나눔 등 작은 온정은 이어져
“온정의 손길로 사랑의 수은주를 올려주세요.”
지난달 모금을 시작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의 ‘사랑의 행복 눈금’이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체 기탁과 고액 기부자의 발길이 준 탓이다. 하지만 쌀과 김치, 연탄 등 소박한 나눔으로 연말 추위를 녹이는 작은 온정은 이어지고 있다.
○ 더디게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
지난달 20일 모금을 시작한 희망2019캠페인은 73일 동안 광주지역에서 53억49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모금 액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총 1만5582건이었으나 올해는 9405건으로 6000여 건 감소했다. 법인 기부는 지난해 495건에서 올해 365건으로, 개인 기부는 지난해 1만5087건에서 올해 9040건으로 각각 줄었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법인 기부까지 줄어들고 있다”며 “기부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은 14일 기준으로 26억9200만 원으로 온도탑은 27도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5억71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성금 모금은 부진하지만 이웃사랑을 나누려는 작은 온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농업기술원지부는 15일 나주시 저소득층에 ‘사랑탄(연탄)’ 1000장을 전달했다. 김선표 전남도청공무원노조 농업기술원지부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이 전달돼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을 지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각각 목포와 광주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열고 3400kg의 김치를 취약계층 650가구에 전달했다. 이동률 한국가스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지역사회 대표 공익기업으로서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한번 더 돌아보고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서 산뜨락농원을 운영하는 전익태 씨는 10일 ‘사랑의 레드키위’ 100kg을 기초수급자 30가정에 전달했다. 전 씨는 “친환경 무농약으로 정성껏 키운 키위를 이웃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얼굴 없는 천사’들도 어김없이 나타나 세밑에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5일 한 농민이 트럭을 몰고 광주 광산구 삼도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주차장에 쌀 20kg들이 20포대를 놓고 갔다. 기부자는 “어려운 이웃에 전달해 달라”며 직접 농사지은 벼를 도정한 쌀 400kg을 매년 12월 행정복지센터에 익명으로 기부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 광산구 월곡1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얼굴 없는 천사의 따뜻한 선물이 도착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