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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안된 세상에선 모두가 행복해”… SNL 풍자에, 트럼프 “법정 세워야” 발끈

입력 | 2018-12-18 03:00:00

美언론 “표현자유는 헌법권리” 싸늘




미국 NBC방송 ‘SNL’에서 방영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풍자극 마지막 장면(위쪽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스핀머신(여론조작 기구)”이라고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아래쪽 사진). 유튜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화면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백악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상황을 풍자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대응’을 언급하면서 때아닌 표현의 자유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NBC방송의 주말 코미디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은 15일(현지 시간) ‘이츠 어 원더풀 트럼프(It’s a Wonderful Trump)’ 코너를 방송했다. 과거에도 SNL에서 트럼프 역할을 도맡았던 앨릭 볼드윈은 물론이고 벤 스틸러, 맷 데이먼, 로버트 드니로 같은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하늘의 천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데리고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상현실로 떠나는 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더 이상 거짓말에 시달리거나 특검 수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성폭행 미수 의혹 속에서도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나 같은 성질의 사람에게 대법원을 이야기하는 건 미친 게 아니냐”며 코웃음을 치고,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대선 캠페인에서 지고 나니 악마가 내 영혼을 돌려줬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머쓱하게 만든다.

이런 가상현실은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령을 만나 환상여행을 떠난다는 고전의 포맷을 차용한 것. 그러나 SNL의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만남을 끝낸 후에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고, 천사는 “아무런 교훈을 못 얻었다”며 고개를 내젓는 것으로 방송이 마무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NBC의 SNL 같은 편향된 민주당 스핀머신(spin machine·여론조작 기구) 방송이야말로 진짜 스캔들”이라며 “(이런 방송사는)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권리라는 게 많은 이들의 반응” “그런 시도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이어 올린 ‘폭풍 트윗’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 및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에 협조한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를 ‘쥐새끼(rat)’라고 몰아세웠다. 이런 거친 반응은 뮬러 특검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6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과 만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절대 안 된다(Over my dead body)”라며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여론은 커지는 추세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정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