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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vs 경제성… 70조원 규모 지역SOC 사업 논란

입력 | 2018-12-18 03:00:00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줄여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빗장을 푸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수조 원 규모의 건설·토목 사업을 국가 재정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은 특히 대형 재정사업의 전제조건인 경제성 조사(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기존 예타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난 사업이다. 일각에선 대형 SOC 사업이 추진되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 번에 대형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면 향후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접수된 예타 면제 요청 사업은 38건으로 총사업비는 70조4614억 원이다. 여기에는 서울시가 요구한 동부간선도로 확장비용이 빠져 있다. 서울시가 사업비를 제출하지 않아서다. 국가균형위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내년 1월 중순에 예타 면제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가균형위가 이들 사업을 접수한 이유는 예타 면제 조건 중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타 면제 재정사업은 사업비 500억 원 미만 소형 사업에 국한된다. 정부가 대형 지방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해주겠다고 한 건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은 무주∼대구 고속도로(4조8578억 원), 상용차 생태계 구축(2343억 원), 새만금 국제공항(9700억 원) 등 총 6조621억 원 규모의 사업 3건을 냈다. 충북도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1조4500억 원), 중부고속도로 확장(1조 원) 등을 예타 없이 추진해 줄 것을 국가균형위에 요구했다. 예타가 없으면 재정이 투입되기 쉬울 뿐 아니라 사업 속도도 빨라진다.

문제는 이번에 신청한 대부분의 사업이 기존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기준치(1) 이하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제안한 사업비 5조9038억 원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은 2014년 예타에서 B/C가 0.33에 불과했다. 사업비 1조1646억 원인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도 경제성이 없어(B/C 0.57) 재정을 투입하기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가 요청한 남부내륙고속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 건설 사업(5조3000억 원)은 예타 면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측면을 검토한 결과 남부내륙철도는 경제성 평가와는 별개로 추진하기로 매듭지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사업비가 내년 철도 전체 예산(5조5163억 원)과 맞먹는 대형 사업으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타에서 B/C가 기준을 넘지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예타 면제 결정이 나면 단선철로를 놓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복선화를 추진하는 등 사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경남도와 형평성을 내세우며 예타 면제를 압박하고 있다. 전북도 측은 “최근의 흐름이 새만금국제공항의 예타 면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 면제는 지역의 꼭 필요한 소규모 사업을 위한 것이지 수조 원짜리 대형 재정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 숙원사업에 예타 면제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가균형위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국가 30대 선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해준 적이 있다”며 “기재부와 협의해 적절한 사업들을 선정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