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포인트 개헌 한다면 내각제 받아들일지 밝혀야” 바른미래-정의당 “논의중단 꼼수” 민주당 “국민이 내각제 동의안해”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가 시작됐지만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선거제만큼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문제가 또 다른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17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회동을 잇달아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청와대에 내각제 요소를 포함한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에 동의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개특위 소위를 주 4회 연다는 것 외에 구체적 논의를 하지 못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에 대한 지지 의사만을 표시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여당) 2중대 정당’을 만들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야당의 견제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받아들일 것인지,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백히 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바른미래당 등 소수 정당들은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벌써부터 선거제 개편 논의를 중단시키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내각제 얘기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목소리”라며 “나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통해 이뤄진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국민의 거부감이 큰 의원내각제를 들고나온 것은 선거제 논의를 올스톱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내각제 논의 확산 차단에 나섰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당의 개헌 요구에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치원 3법’ 개정 등 개혁법안 처리가 발목을 잡힐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에서 성과가 나야 개혁법안 처리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