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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받은 최룡해 옆에 세운 김정은 “억세게 싸우자”

입력 | 2018-12-18 03:00:00

간부 대동하고 김정일 7주기 참배… 美 명시 안하고 “유훈 관철 투쟁”
‘비핵화 막힐수도’ 이후 숨고르기
美국무부 “비핵화 약속 준수 확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미국의 인권제재 대상에 오른 최룡해 당 부위원장(원 표시)을 자신의 오른쪽에 세워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 참배에 나섰지만 별도의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북한은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제재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상대 정상에 대한 ‘신뢰감’은 밝히고 나선 상황이라 내년 1, 2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탐색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인권제재 오른 최룡해 옆에 세워

김 위원장이 이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면에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 7년 세월 장군님의 사상과 노선, 장군님식 혁명원칙을 고수하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하여 투쟁해 왔다”며 “장군님의 구상과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해 억세게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나 홀로 참배’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간부들을 대거 대동했다. 최근 미국의 인권제재 대상에 오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오른쪽에 세웠다. 왼쪽은 리수용 국제부장이었다. 자리 배치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북측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재를 맹비난하고 있다. 13일 ‘정현’이란 개인 명의 논평에서 “물속에서 불을 피울 수 없듯이 조미(북-미)관계 개선과 제재 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선 “제재 압박과 인권 소동을 높여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으며”라면서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다만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연구실장 담화에 대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비핵화 약속을 했다. 지켜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북-미가 양 정상에 대한 비난은 삼간 채 ‘제재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 한-러 이어 한미 ‘비핵화 연쇄 실무회담’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잇따라 접촉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비핵화 협상 장기전에 대비할 태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첫 러시아 방문이 나란히 불발된 상황에서 한-러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김 위원장 방문 및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후반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또다시 방한해 이 본부장과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남측 열차가 올라가는 부분에 대한 제재 면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