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항소심서 눈물의 증언 “초등 1학년 때부터 폭언-폭행… 아이스하키채에 맞아 골절도”
17일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참석한 심석희. 수원=뉴스1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패딩을 입고 재판정에 들어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울먹이며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가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37)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재판부의 요청으로 참석한 심석희가 조 전 코치에 대해 엄벌을 내릴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평창 올림픽 개막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1월 중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7일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진천선수촌을 방문했는데 당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이던 심석희는 그 행사에 불참했다. 사실 확인 결과 심석희는 하루 전 조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석희는 “평창 올림픽 전엔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심석희는 또 조 전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을 때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공판을 앞두고 탄원서를 통해 조 전 코치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을 평소와 다르게 조정해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를 앞두고 폭행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코치가 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에 나타나 해당 선수를 가르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의 상처가 깊어 참담하다. 모두 제 책임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때린 적은 없었다. (선수가)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란 제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