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고 정비사 사망 잦은 까닭은
○ 안전띠·의자 구조 다르고 헬멧도 안 써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47대 가운데 27대(57.4%)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 T타입의 기장과 부기장이 앉는 조종석은 일체형 안전띠가 어깨, 허리, 다리를 감싸는 구조로 돼 있다. 반면 정비사가 앉는 자리에는 허리 벨트만 있다. 또 조종석은 시트가 두꺼운 고정 의자로 돼 충격 흡수가 잘되는 반면 정비사 자리는 간이의자로 돼 있어 사고 시 충격을 크게 받는다.
정비사들은 측·후방 경계, 산불 진화, 응급환자 발생 시 지원, 헬기 착륙 시 보조 등의 업무로 인해 평상시에도 안전띠를 풀고 일을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헬멧도 쓰지 않는다. 산림청의 경우 헬기 탑승 시 정비사가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최연철 한서대 교수는 “사고 시 정비사가 벽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뒷좌석에 앉아 있어 조종사들과 달리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정비사 A 씨는 “안전장치도 부족한 데다 조종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대처할 시간이 짧다”고 말했다.
○ 헬기 사고 9건에 정비사 8명 사망
헬기를 사용하고 있는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해양경찰청에 소속된 정비사들은 헬기 운항 시 의무적으로 탑승하고 있다. 정비사가 꼭 탑승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헬기 내 업무를 감안하면 기장 부기장 외에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림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에서 일어난 총 9건의 사고로 정비사 9명 가운데 8명(88.9%)이 숨졌다. 기장 부기장 18명 가운데 9명(50%)이 목숨을 잃은 것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다.
산림청은 6일 뒤늦게 산림항공본부장 명의로 비행거리가 30분 미만인 경우 정비사들을 의무적으로 탑승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 정비사석 대신 어깨·허리 벨트가 마련된 오퍼레이터석(조종 보조석)에 앉도록 한 상태다. 정비사 B 씨는 “위험 요소가 일부 제거됐지만 명문화된 규정이 마련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