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업소 소유 관계 복잡하고 자투리 땅으로 남아 재개발 힘들어 GS타임스 주차장엔 청년희망타운, 업소 건너편엔 복합문화공간 조성 영등포역 일대 대대적 정비… 집창촌 영업 포기하도록 유도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집창촌 너머로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화려한 쇼핑몰과 허름한 집창촌의 어색한 동거는 밤이 되면 더 극명해진다. 오후 7시가 넘어 다시 찾은 그 거리. 빨간 등을 켠 유리 문 안에서 민망한 손인사가 이어졌다. 그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타임스퀘어는 연말을 맞아 조명 장식을 뽐냈다.
영등포역 인근에 거주하는 조강준 씨(39)는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타임스퀘어에 왔다가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집에 가는데 집창촌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아이 시선을 돌리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영등포 집창촌은 서울 시내 다른 집창촌과 비교할 때 유독 정비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 용산역 집창촌은 완전히 사라졌고 청량리와 하월곡동(속칭 미아리텍사스) 등 다른 곳들도 대규모 아파트 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영등포 집창촌은 이곳을 허물고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기업인 경방은 2009년 개장 이전에 쇼핑몰을 개발할 때 집창촌 지역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성매매 업소들은 한 업소당 건물주가 여럿이거나 임차인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소유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재개발을 위한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용산 청량리 등 개발이 진행 중인 과거 집창촌 지역은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 건축을 선택함으로써 건물주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영등포 집창촌은 현재 자투리 형태로 남은 탓에 아파트 건설은 쉽지 않다.
집창촌 정비를 위해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택한 기본 전략은 자연 도태다. 집창촌 인근에 문화시설과 청년 시설을 지어서 거리를 밝게 하고 유동 인구를 늘려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하기 힘들게 하겠다는 것. 집창촌 건너편에 있는 대선제분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크게 보면 지난해 서울시가 문래동과 영등포역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한 후 세부 계획이 실현되는 것이다. 채 구청장은 취임 후 집창촌 일대를 세 번 찾아 신속한 재정비 사업을 강조한 바 있다. 채 구청장은 “도시계획을 통한 정비와 함께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창촌 재정비는 영등포역 일대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최신식 상업 시설을 설립하는 계획과도 이어져 있다. 영등포구는 내년 상습 정체 및 사고 다발 구간인 영등포로터리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도로를 단순화할 예정이다. 또한 2023년 이후에는 신안산선이 영등포역을 지나게 된다.
김창호 영등포구 도시계획과장은 “현재는 고층 건물, 집창촌, 쪽방촌, 노점상 등이 어지럽게 뒤섞인 영등포역 일대를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영등포구 브랜드를 높이는 핵심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