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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터 살린 후 체력-전술 맹훈… 그들은 갈수록 강해졌다

입력 | 2018-12-18 03:00:00

히딩크-박항서 닮은 꼴 조련법
자신감 불어넣어 잠재력 깨워
장단점 파악해 적재적소 기용, 수비조직력 바탕 강하게 압박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체력과 기술, 전술 능력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인데 그 자신감을 일깨워준 측면에서는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59)과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2)에 대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59)의 평가다. 이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4강 신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 교수는 당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며 박 감독을 수석코치로 앉혔다. 두 감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자신감 이식’을 꼽았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있던 한국 축구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듯 박 감독도 베트남 축구의 잠재력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이 가장 먼저 한 게 이방인으로서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합리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박 감독이 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한 명 한 명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며 ‘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여 주는 일종의 의식을 시작한 배경이다. “선수들을 인정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선수들 일거수일투족도 그의 손안에 있다. 아버지 같은 ‘파파’ 리더십의 탄생 배경이다.

이는 ‘피플 매니저’로 불릴 만큼 선수들의 심리에 능통했던 히딩크 감독과 닮은 점이다. 히딩크는 선수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로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장단점뿐만 아니라 성향이 감성적인지 차분한지 등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고 경기 흐름에 맞춰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때로 자신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과감히 엔트리에서 배제하는 등 강력하고도 냉정한 리더십을 함께 구사했다.

전술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냄새가 난다. 베트남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상대를 압박하며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골 기회를 노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한국도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 후 역습을 노렸다. 베트남처럼 한국도 당시 스리백을 주요 전술로 구사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 등 경험 많은 코칭스태프를 활용해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로 처한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 이미 1988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을 이끌고 유럽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 명장이었다. 첨단 스포츠과학에 정통했던 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 축구에 파워프로그램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훈련방식으로 세계 축구의 눈을 뜨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에 대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고 핵심을 찌르는 말로 여론전에도 능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등 숱한 명언도 남겼다. 때로는 과감하게 여론에 맞서기도 했다.

반면 박 감독은 베트남에 부임하기 전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달랐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연령별 유망주를 해외에 보내는 등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 축구에 잘 맞았다.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을 내려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박 감독은 한없이 겸손하고 권위도 내려놓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진정성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편이다.

히딩크는 한국 부임 초기에는 ‘오대영’으로 불릴 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성적을 올리기 시작해 1년 가까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