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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관객층 다변화로 시장확대 견인

입력 | 2018-12-18 03:00:00

[2018 문화계 프로가 뽑은 프로]<5·끝>공연계 결산




뛰어난 작품성과 우화적 무대, 전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서사 등으로 격찬을 받은 뮤지컬 ‘마틸다’는 올해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고른 사랑을 받았다. 신시컴퍼니 제공

올 한 해 뮤지컬계는 대형 라이선스 작품을 완성도 높게 소화한 무대에서부터 한국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및 연극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정체기를 맞았던 국내 뮤지컬 시장의 도약을 위해 관객층 저변 확대, 새로운 작품 발굴 등의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연극계는 블랙리스트 파문과 미투 운동의 직격탄으로 악재가 겹치며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 뮤지컬 ‘마틸다’ ‘웃는 남자’ 성공


전문가들은 올해 뮤지컬계가 관객층 다변화와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최고의 공연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천재 소녀를 다룬 웨스트엔드 원작 뮤지컬 ‘마틸다’가 꼽힌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 30대 여성 관객이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획일화되던 한국 뮤지컬 산업에 새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가족 단위로 추정되는 예매자(티켓을 3장 이상 구매한 30대 이상)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관객층이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조용신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예술감독은 “전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는 드라마와 우화적 상상력의 무대”라고 호평했다. 최나미 창작컴퍼니다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이 불확실했던 작품인데 완성도 높게 무대에 올라왔고 최고 기량을 뽐내는 아역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와 월트디즈니 원작의 ‘라이온 킹’ 등 한국 뮤지컬의 저변을 넓힌 작품들이 추천받은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와 박민선 CJ ENM 공연사업본부장 등 여러 전문가들이 “가족 뮤지컬 저변 확대의 시작”을 올해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꼽았다.

빅토르 위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형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의 성공도 올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작품을 필두로 해외 라이선스 공연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국내 창작 뮤지컬이 여럿 배출된 것도 의미가 있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지평을 넓힌 작품”(송한샘 쇼노트 부사장) “‘라이선스 뮤지컬’ ‘창작 뮤지컬’이란 구분 짓기에 이별을 고하게 한 작품”(한승원 HJ컬쳐 대표)이란 평이 나온다. 탄탄한 대본과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 ‘레드북’도 호평을 받았다.

○ 연극은 ‘오슬로’ 호평


올해 연극계는 풍파가 겹치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나마 연극 ‘오슬로’는 시의성도 적절하고 무대 미학도 잘 구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립극단 제공

올해 연극계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미투 운동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연극계 전체가 아직 여파로부터 회복되지 못해 작품도 예년에 비해 풍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극평론가 이경미 씨는 “지원금 문제 등 창작 환경도 어려워졌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연극계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여전히 공연은 올라가지만 소위 말하는 ‘좋은’ ‘잘된’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문가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국립극단의 ‘오슬로’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뤄진 중동 평화협정 이야기를 차용해 현재 대한민국의 평화 정국을 효과적으로 환기시켰다. 허순자 평론가는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사실을 예리한 필치, 놀라운 상상력으로 길어 올렸던 원작에 걸맞게 견실한 무대미학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김방옥 평론가 역시 “남북 교류가 재개된 한국 현실에 시의 적절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조승우-박효신-차지연, 실력과 티켓파워 거듭 확인▼

공연계 빛낸 인물들
구자혜-전인철, 연출계 차세대 주자


올해 공연계를 빛낸 인물들은 주로 실력은 물론이고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 배우들이 골고루 표를 가져갔다. 장르를 넘나들며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는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와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팬 층이 두꺼운 ‘웃는 남자’의 박효신, ‘광화문 연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차지연이 공동 1위(3표)에 올랐다.

소극장에서부터 실력을 쌓은 뒤 올해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대극장 무대까지 휘어잡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발휘한 배우 박강현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연출가로는 왕용범 김태형 이지나 등이 주목받았다. 왕 연출가는 “창작과 라이선스를 넘나드는 연출력으로 대중 선호도에 가장 가까운 작품을 연출”(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하며, 김 연출가는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실험성과 대중성을 접목해 향후 극 예술계를 대표할 연출로의 성장이 기대”(송한샘 쇼노트 부사장)된다는 평이다. 이 연출가는 “작품 영역이 넓고 경륜과 작품을 풀어내는 힘이 있다”(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고 봤다.

공연계 차세대 주자로는 작가 겸 연출가인 구자혜 씨에 대한 기대가 컸다. 현재도 훌륭한 기량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된다는 지지가 많았다. 특히 올해 ‘타즈매니아 타이거’ ‘셰익스피어 소네트’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연극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 “왕성한 창작욕으로 사회적 문제의식과 연극 미학적 탐구를 동시에 수행”(김방옥 평론가)했고, “기존의 한국 연극 문법을 벗어난 실험적 작업을 미학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이진아 평론가)고 호평했다.

전인철 연출가도 기대되는 차세대 주자다.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모색하며 공감대를 확보했다”(허순자 평론가), “희곡을 정확히 분석해 입체적으로 공간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이경미 평론가)는 평가를 받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