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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조기 치료하면 99% 완치

입력 | 2018-12-19 03:00:00

기고 / 탁원영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탁원영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C형 간염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C형 간염은 치료만 받으면 완치되는 병이라는데, 검진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병을 키운 게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최근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안타까움은 의료진도 자주 느낀다. 국내 간암 발병 원인의 약 15%를 차지하는 C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보니 뒤늦게 간암이나 간경변증 진단을 받고 나서야 간염 발병 여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을 매개로 전염되는 감염병이다. 혈액 감염이라고 하면 수혈이나 수술을 생각하기 쉽지만, 흔히 이용하는 무허가 문신 및 불법 시술, 반영구 화장, 침습성 시술, 면도기나 손톱깎이 같은 생활용품의 공동 사용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고 ‘바이러스 감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증상이 없다보니 C형 간염 집단 감염을 촉발하기도 한다. 또 C형 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 중 30∼40%는 20∼30년의 기간을 거쳐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한다. 그럼에도 다른 A,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어 적극적인 예방이 힘들다.

다행히 최근 3, 4년 사이 C형 간염 치료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해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만 받으면 ‘완치’ 가능한 질환이 됐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감염 사실조차 모르는 ‘잠재적 감염원’ 환자가 23만∼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환자들만 찾아내 치료하면 C형 감염 퇴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C형 간염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가 크다. 과거 수년 전만 해도 C형 간염은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었다. 주사제 등으로 6개월∼1년간 치료해도 성공률이 50%에 불과했다. 또 발열, 오한, 탈모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이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많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C형 간염 치료제 발전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치료기간도 최소 8주로 짧아졌고, 1형부터 6형까지 모든 주요 유전자형의 환자가 치료 가능하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치료 성공률도 99%에 달한다. 더구나 먹는 약으로 개발됐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퇴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2017년에는 C형 간염 검진 대상 기준을 제정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과 유병률이 큰 특정 연령대에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검진 후에도 신속한 치료 연계로 모든 환자가 치료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C형 간염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만성 C형 간염 확진 판정을 받고도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C형 간염이 국가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본인이 스스로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모든 과정을 환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치료제는 이미 완치 가능한 수준까지 온 만큼 이제 숨은 잠재 환자를 검진해내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모든 환자가 국가 검진을 통해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함으로써 하루빨리 C형 간염을 퇴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탁원영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