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사 CBS가 성폭력 추문으로 퇴진한 레슬리 문베스(69)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1억2000만 달러(약 1355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BS 이사회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문베스는 회사 정책과 고용 계약을 위반하고 자신에 대한 회사의 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CBS이사회는 지난 8월 2곳의 로펌을 고용해 문베스가 과거 여러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베스는 추가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9월 사임했다.
NYT가 입수한 CBS의 조사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문베스는 1995년 CBS로 옮기기 전후로 여러 차례 직장 내에서 상대의 동의 없는 성폭력 행위에 연루됐다.
조사관들은 문베스가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17명의 여성 중 최소 11명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증언이 신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베스가 4번에 걸친 조사에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성적 부정행위의 정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문베스는 지난 30여년 동안 여러 방송사를 거치면서 유명 TV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거물 제작자였다. 1980년대 ‘풀하우스’와 ‘ER’, 1990년대 히트 시트콤 ‘프렌즈’가 그의 손을 거쳤다. CBS에서는 ‘CSI’나 ‘빅뱅이론’ 같은 드라마를 통해 가장 인기 없던 CBS를 시청률이 가장 높은 방송사로 성장시켰다.
문베스의 변호인들은 그가 관련된 모든 행위들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회사의 조사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앤드루 르밴더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문베스가 근거 없는 결론을 통보받았으며, 이는 그의 명성과 명예를 더욱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