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감싸기식 징계…국민과의 시각차 너무 커” 5년간 정직 4차례뿐…“법관에 가장 큰 징계”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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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청구한 법관 13명 중 8명이 정직·감봉·견책 등 처분을 받은 것을 놓고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과중한 수위의 징계’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17일 징계심의를 마치고 법관 13명 중 3명 정직, 4명 감봉, 1명 견책, 2명 불문, 3명 무혐의 의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등에 개입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문건작성을 지시한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품위손상으로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통진당 소송 관련 재판부 심증을 알려준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직무상 의무위반으로 정직 3개월 처분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관징계위가 법관을 정직 처분한 것은 4건으로 정직 1년 2건, 2개월과 1개월이 각 1건씩이다.
행정처 관계자는 “정직은 법관에게 가장 큰 중징계다. (징계할 수 있는) 최대치가 있는데 왜 안 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징계양정은 징계위에서 재판과 유사한 절차를 통해 결정하고 행정처가 참여할 수 없다”며 입장에 대한 질문엔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부터 솜방망이 징계를 해왔다는 것”이라며 “‘제식구 감싸기’ 식인 이번 징계를 보며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법원의 인식과 법원 밖 국민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대치인 정직 1년이 나와도 문제다. 재판거래, 법관사찰에 개입한 판사들이 다시 법원에 돌아와 재판한다면 어떤 국민이 받아들이겠나”라며 “이번 징계는 국회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더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징계 결과와 국회 탄핵소추는 별개 문제”라며 “(해당 판사들이) 직을 유지하는 자체가 부당한 정도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입장이라 정직 수준을 두고 만족한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관사찰 대상이었던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탄핵 국회청원을 함께할 판사들을 모집 중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직 1년이 단 하나도 없다니…”라고 이번 징계결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징계결과 최고 수위가 정직 6개월인 것을 두고 “법관은 독립돼 있고 신분이 보장돼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 가능한 보호하는 게 원칙이었다”며 “정직 6개월이면 굉장히 무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를 두고 ‘영예로운 직업’이라 표현하는데 무엇보다 그 자부심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변호사협회에서 (퇴직 뒤) 변호사 등록할 때도 (징계여부가) 심사 대상이 돼 등록거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행정처 관계자도 “변호사 등록심사 때 징계처분 전력은 다 들어간다.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모두 심사요소”라며 “통상 징계받고 바로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면 변협이 잘 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