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RUSI)가 발표한 ‘중동 지역 무장 드론’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들이 중국의 군사용 드론을 구입해 군사작전에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을 상대로 싸우면서 군사용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라크 정부도 테러단체의 군수품 보관소, 지대공 미사일 구축 지역 공격을 위해 중국산 군사용 드론을 260여 차례 사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중국산 군사용 드론이 중동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군사 기술 유출을 우려해 선별적인 무기 수출정책을 펴왔다. 이라크, 요르단, UAE 등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용 드론을 도입하려 했으나 미국이 판매를 거부했다.
UAE는 2013년 다수의 MQ-1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UAE가 인도받은 드론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는 비무장 모델이었다. 미국이 무장 드론 판매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UAE는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윙룽(Wing Loong)’을 다수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모두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지만 UAE 공군기지에서 중국산 드론이 수차례 포착됐다. 요르단도 2016년 중국 ‘CH-4B Rainbow’ 2대를 사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중국산 군사용 드론이 환영받기 시작하자 4월 무장 드론 수출규제를 완화하며 견제에 나섰다. RUSI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도 중동 지역에서 중국 군사용 드론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