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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1, 2편 동시제작으로 비용 100억 아껴”

입력 | 2018-12-19 03:00:00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제작자 원동연 대표가 밝힌 흥행전략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본인이 제작한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한국 영화 최초로 1, 2편 연속 천만 관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이 영화는 반드시 1, 2편을 같이 제작해야 한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영화 ‘신과 함께’의 기획안을 처음 내밀었을 때 영화 관계자들은 다들 ‘미친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제작비가 편당 2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두 편을 전편의 흥행 실적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위험한 도전이었다. 투자자도 나중에 추가 비용을 대줄 테니 일단 1편부터 찍고 보자며 말렸다.

남들은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원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극찬을 받은 원작 웹툰의 스토리, 국내 최고 수준의 특수 효과,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라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한국 영화 최초로 1, 2편을 동시 제작한 영화 ‘신과 함께’는 1편 ‘죄와 벌’이 1440만 명, ‘인과 연’이 123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초로 시리즈가 ‘쌍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1편으로 극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액만 총 1157억 원으로 두 편의 제작비를 제하고도 10% 이상의 수익이 났다. 2편의 극장 매출액 1026억 원은 고스란히 순수익이 됐다. 여기다가 세계 100개국 이상에 판매한 해외 판권 수익과 해외 극장 매출, 주문형비디오(VOD) 및 인터넷TV와 관련한 기타 부가판권 수익까지 더해졌다. 원 대표 본인도 영화 제작자로 30년 일했지만 “이런 성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영화 ‘신과 함께’의 흥행 전략을 포함해 2018년 한 해 동안 주목받은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 10개를 선정해 집중 분석했다. DBR 263호에 실린 영화 ‘신과 함께’ 제작자 원동연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보편적 소재에 해외 관객까지 공감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포스터.

‘신과 함께’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덕분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인기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반드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 대표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감성을 바탕으로 영화가 관객을 위로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그는 “누구나 죽음 이후를 두려워하지 않나. 내가 죽어서 저승에 갔을 때 덕춘이 같은 차사가 내 잘못의 이면을 들여다봐주고 나를 위해 싸워주기까지 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며 “다른 관객들도 나처럼 위로를 받길 바랐다”고 말했다.

1편 ‘죄와 벌’을 관통하는 주제는 한마디로 ‘생전에 부모에게 효도하자’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객에게도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신과 함께’는 세계 105개국에 판매됐는데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만, 홍콩 등 불교 문화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 1, 2편 동시 제작으로 제작비 절감

원 대표는 처음부터 ‘신과 함께’를 시리즈물로 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어벤저스 시리즈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로까지 수출하는 게 그의 큰 그림이었다. 문제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었다. 처음 편당 제작비를 계산했더니 최소 800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 어떻게 제작비를 아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원 대표는 1편과 2편을 동시에 찍는 복안을 떠올린다. 그는 “1, 2편의 배경공간과 등장인물이 같은데 굳이 따로 찍어서 세트를 부쉈다가 또 만들고, 출연료도 배로 들일 필요가 없었다”며 “두 편을 동시 제작하면 예산을 100억 원 정도 절감해 손익분기점도 600만 명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 2편 동시 제작이라는 전례 없는 기획안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영화를 시리즈물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원 대표의 결단은 확고했다. 1편이 성공하기만 하면 2편부터는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유입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컸다. 1, 2편 동시 제작이라는 무모한 도전은 제작비를 절감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신과 함께’를 시리즈물로 반드시 성공해내겠다는 원 대표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 3대가 함께 보는 가족 영화로 호감도 상승

‘신과 함께’는 개봉 당시 원작을 훼손했다거나 특수효과가 촌스럽다는 식의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영화로 포지셔닝한 마케팅이 흥행에 주효했다. 원 대표는 ‘신과 함께’를 자녀와 부모, 조부모까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위 6장짜리 패밀리 무비로 기획했다. 홍보도 연말에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 대표는 “가족 모두가 극장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사람들의 관심이 가족으로 옮겨지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반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극장 영화가 점점 더 특별한 이벤트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극장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할 확실한 명분을 제공하지 못하는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신과 함께’는 탁월한 시각적 특수효과와 가족 간 추억 만들기 등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