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유리에 부딪힌 자국. ⓒGordon Scammell
○ 하늘을 담은 유리의 위협
대부분의 건물엔 유리창이 있어요. 유리는 표면이 매끈해서 빛을 잘 반사시켜요. 높은 건물의 유리에 푸른 하늘이 반사되면 마치 유리에 하늘이 담긴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럼 비행 중인 새들은 유리에 비친 하늘을 보고 진짜 하늘로 착각해 부딪힐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실제로 미국에선 1년에 새 4억∼10억 마리가, 캐나다에선 수천만 마리가 유리창과 충돌해 죽습니다. 상대적으로 국토 면적이 작고 새 마릿수가 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십∼수백만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가 유리창에 충돌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국립생태원 이수길 과장은 “생각보다 많은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 휘황찬란한 빛이 새들을 유인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한 빛을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다. ⓒAnthony Quintano(F)
새들이 왜 빛에 끌리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어두운 곳에 있는 새들은 밝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빛에 끌린다고 추측하지요. 대도시의 불빛은 수백 km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밝기 때문에 밤에 이동하는 새들이 여기에 이끌릴 수 있답니다.
○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비행기의 위협
새와 충돌해 파손된 전투기. 독수리 등 비교적 몸집이 큰 맹금류는 이처럼 비행기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Henrique Rubens Balta de Oliveira(W)
비행기는 시속 300∼900km 정도로 매우 빨라요. 가벼운 물체도 이렇게 빠른 물체에 부딪히면 큰 충격을 가할 수 있죠. 실제로 시속 370km로 날고 있는 비행기에 900g의 새가 부딪히면 약 5000kg의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답니다. 또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새도 죽고, 엔진이 고장 나서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4년간 무려 900건 정도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있었어요.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드론으로 새를 쫓아내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답니다. 이 드론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스피커가 달려 있어요. 적외선 카메라로 수풀에 숨어 있는 새들을 발견하고, 스피커로 새들이 무서워하는 천적들의 울음소리와 공포탄 발사 소리를 내보내는 거죠. 이 소리를 들은 새들은 깜짝 놀라 비행기의 이동 경로 밖으로 도망간답니다.
정한길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jhg1road@donga.com
▼ “빛 공해로부터 새를 지켜주세요” ▼
Q. 새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빛이 있나요?
A. 최근 에너지 효율이 좋다는 이유로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의 사용이 크게 늘었어요. 그런데 LED 불빛은 매우 밝기 때문에 빛이 더 멀리까지 간답니다. 즉, 멀리 있는 새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거죠.
Q. 빛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새는 주로 어떤 새들인가요?
A. 작은 산새들은 주로 밤에 이동하는 습성을 갖고 있어요. 이 새들은 오전 3∼4시에 이동하고, 잠시 휴식한 뒤 해가 뜨면 다시 비행을 시작하지요. 그런데 밝은 빛 때문에 시간을 헷갈리면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답니다.
Q. 빛으로부터 새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불 끄기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새들이 가장 활발하게 이동하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되도록 불을 끄고 지내는 거죠.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인 4∼5월, 9∼11월에는 불 끄기 운동이 더욱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