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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60여년 개도축 역사속으로

입력 | 2018-12-19 03:00:00

마지막 도축업체 자진폐업 결정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개 도축업체가 최근 자진 철거하기로 하면서 전국 최대 개 유통지로 꼽혔던 모란시장 내 개 도축이 6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최근 모란시장 전경. 성남시 제공

1960년대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은 시장 형성과 함께 개고기 취급 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해 2001년에는 54곳으로 늘어났다. 개를 진열하고 도축해 판매하는 업소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내외의 여론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가 주춤해져 업소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지난해까지 22곳이 개고기를 취급했다. 모란시장에서 거래된 식용견이 한 해 8만 마리에 달했다. ‘전국 최대의 개 유통지’라는 오명을 쓴 모란시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개 도축업체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60여 년의 개 도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성남시는 모란시장 내 A축산이 최근 개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고 영업 포기 의사를 전해 왔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모란시장 내 개 도축 업소는 한 곳도 없게 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는 올해 들어 A축산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고 두 차례 몽골 천막과 도축시설을 강제 철거했다”며 “최근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A축산을 불법 도축 혐의로 압수수색하자 압박을 받아 자진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란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런 변화를 먼저 코끝에서 느꼈다. 시장에 들어설 때마다 가축분뇨 냄새 등 특유의 악취가 확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17일 오후 1시 반경 이곳을 찾았을 때 전시된 개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5일장이 서는 날이 아니어서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건강원 등으로 전업한 업소에는 간간이 손님들이 보였다. 김준용 씨(58)는 “모란시장에 왔다 가면 항상 고약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개 도축시설이 없어진 후 악취가 감소한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2016년 12월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모란시장 환경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A축산을 제외한 21개 업소는 개 전시 시설과 도축 시설을 자진 철거했다. ‘개고기 메카’란 오명을 지우겠다는 취지였다. 개 도축 업소들은 일반음식점과 육류 도소매, 건강원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성남시는 업종을 전환한 업소에 비 가림 시설과 옥외영업 허용, 업종 전환 자금 알선, 경영 컨설팅을 지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A축산은 홀로 법정 다툼을 벌이며 남아 있다가 최근에 자진 철거를 했다.

개 도축업을 정리하고 낙지 음식점으로 전업한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업종 전환을 통해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성남시가 많은 시민이 모란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시장 인근 태평동의 개 도축장도 지난달 22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부터 들어선 태평동 도축장은 모란시장과 함께 국내 개고기의 주요 공급처였다. 특히 잔인한 도축 방식과 위생 문제로 동물보호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현재 362억 원이 투입돼 ‘밀리언파크 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모란시장의 개 도축장이 없어진 것은 2년 동안 여러 기관이 노력한 성과”라며 “하지만 개고기 판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유통도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