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 연설
개혁개방 유공자에 메달 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 번째)과 리커창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정책 40주년 기념식에서 유공자 100명에게 메달을 수여한 뒤 박수로 축하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이 메달을 받았다. 베이징=AP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의 개혁에 대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부합하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개혁 발전을 추진할 때 어떤 것도 금과옥조의 교과서로 받들 수 없고 누구도 중국 인민을 마음대로 부리고 지시하는 사범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구조개혁을 강조한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시 주석의 이 발언들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미래에 반드시 이런저런 위험과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고 심지어 상상하기 어려운 거칠고 사나운 파도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했다. “과학기술 등 종합국력을 전면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미국이 포기를 요구하는 첨단산업 육성 전략 ‘중국제조 2025’를 지속할 것임도 시사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유기업들에 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통제가 불공정을 야기해 미국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미국의 기대만큼 중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84분 연설 중 40여 분을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회고하는 데 할애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반드시 공산당에 의한 영도(지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더욱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과 민간에 대한 공산당과 국가의 통제를 풀 생각이 없으며 “민간 시장 자율성을 늘려야 한다”는 국내의 비판도 무작정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날 구체적인 새로운 개혁개방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일을 맞아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시장개방 조치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그는 구조개혁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하고 강자가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로 중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체적인 조치가 전혀 없어 사람들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이 (마오쩌둥(毛澤東)이 일으킨) 문화대혁명의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강렬한 요구로부터 나왔다”며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연설 중 7번 언급했다. 하지만 마오쩌둥도 5번 언급했다. “국가가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서막은 아직 클라이맥스가 아니다”란 마오쩌둥의 발언을 인용했다. 덩샤오핑의 발언은 인용하지 않았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