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국민-전문가 총괄평가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 결과는 이 같이 요약된다.
지난해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각종 정책이 ‘새 정부 효과’를 누리며 높은 점수를 받은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분석 대상 40개 정책에 대한 점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정책의 효과가 의문시되고 만족도가 낮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정책 추진 과정이 투명한지, 형평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 정책의 신뢰도 역시 부정적인 평가가 부쩍 늘었다. 정책의 목표와 명분이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추진 과정과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위권 정책들은 대체로 정책 추진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점수가 낮았다. 하위 10개 정책의 경우 성과를 가늠하는 효과 성과 만족도 평가가 평균 2.53점으로 전체 평균(2.90점)에 크게 못 미쳤다. 책임성과 투명성을 세부 지표로 하는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10개 정책의 추진 과정 점수는 평균 2.64점으로 매우 미흡했다. 이는 의견 수렴 과정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일례로 대학기본역량 평가 정책은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공정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대가 넓은 편이다. 다만 대학과 연구자 스스로 혁신해야 교육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 때문에 전체 40개 정책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 이해집단 갈등 조정한 정책에 호평
지난해 4위에 이어 올해도 3위로 상위권에 오른 산림청의 도시숲 조성 정책은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정책이다. 미세먼지, 폭염 등으로 도시 생활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도심에 숲이 조성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국민이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해당하는 문재인 케어와 아동수당도 각각 3.5점과 3.45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3.37점으로 14위에 그쳤던 문재인 케어(지난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올해 2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자평했다.
○ 정책 중요도 ‘경제는 상승, 복지는 하락’
최근 3년 동안 경제정책이 다른 정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응답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복지정책의 상대적 중요도는 하락하는 추세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사회복지 분야의 점수는 26.8점→25.3점→24.5점으로 매년 낮아졌다. 교육문화 분야도 하락 추세다. 외교안보 분야는 2016년 22점에서 지난해 23점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21.6점으로 감소했다.
현 정부 들어 분야별 정책이 과거에 비해 악화됐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경제 분야가 나빠졌다’는 응답 비중이 53.1%로 4개 분야 가운데 최악이었다.
평가 총괄: 최진욱, 심동철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정부 기대감 하락폭, 20代 가장 컸다 ▼
정부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대는 올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거는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5점 만점에 평균 3.05점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20대의 정부 기대감 점수(3.73점)보다 0.68점 감소한 것이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정부를 향한 기대감은 하락했지만 20대만큼은 아니었다. 1년 동안 연령대별 정부 기대감 점수 하락폭은 △30대 0.36점 △40대 0.31점 △50대 0.24점 △60대 0.36점 등이었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부정적’이라는 답변 비율은 20대의 경우 48.2%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50대 중 사회 신뢰도를 부정적이라고 본 비율(27.6%)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청년층이 정부 정책에서 느낀 실망이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는 취업준비생 신모 씨(28)는 “지난해부터 70여 곳에 원서를 넣고도 취업이 되지 않는 와중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없어졌다”고 했다. ‘고용 취약계층’인 젊은 세대가 최근 고용한파로 고통을 받으면서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잃고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경제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송충현 김준일 최혜령 기자
△정책사회부=김윤종 김호경 기자
△정치부=손효주 신나리 기자
△산업1부=김성규 신동진 기자
△산업2부=박재명 손가인 기자
△사회부=한우신 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