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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일산화탄소 기준치 15배… 어긋난 배기통에서 새어나온듯

입력 | 2018-12-19 03:00:00

[강릉 펜션서 고3 10명 사상]




18일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된 서울 대성고 학생 중 1명이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나와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고압산소 치료는 일산화탄소나 가스 중독 등 체내 산소가 부족한 환자에게 높은 농도의 산소를 흡입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강릉=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8일 강원 강릉시 펜션에 투숙했던 고교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객실 내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학생들이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학생들이 묵은 2층 객실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LPG) 보일러 본체와 가스가 배출되는 배기통이 2∼3cm가량 벌어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159ppm으로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15배가 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 몇 시간 노출되면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

○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 벌어진 틈새 확인

사고가 난 펜션은 2층 건물로 객실은 1층에 3개, 2층에 2개가 있다. 2층의 두 객실은 복층 구조다. 학생들은 복층으로 된 201호에 머물다가 변을 당했다. 개별난방 구조여서 객실 안에 보일러실이 있고, 거실 쪽으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있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 문은 열려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망 원인이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살펴본 소방 관계자는 “보통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 부위는 분리되지 않도록 은박지로 감거나 고리로 걸어 고정하는데, 해당 보일러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펜션은 2013년 10월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7월 펜션으로 업종 전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다가구주택으로 허가받은 건물이라 농어촌 일반 민박으로 분류돼 정밀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할 소방서가 연간 1회 일부 업소를 샘플로 정해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이 펜션은 최근 2년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 펜션에는 일산화탄소 누출 감지기도 없었다. 현행 규정상 별도의 설치 기준이 없다. 최저 2만 원 정도인 누출 감지기라도 설치돼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보기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100ppm이 넘을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 “새벽에 잠든 뒤 일산화탄소 흡입한 듯”

학생들은 아래층 거실과 방에서 각각 4명과 2명이, 위층 거실에서 4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입에는 거품과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이 중 3명은 사망했고 7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155∼159ppm)는 몇 시간 노출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정도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를 한참 넘긴 수치라 장시간 들이마시면 체내 산소 공급을 차단해 호흡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에는 홀몸노인들이 찌그러진 보일러 배기통 사이로 새어나온 배기가스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피해 학생들은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이른 아침 잠든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펜션 주인 김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17일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입실했다”며 “그날 저녁 고기를 구워 먹었고 18일 오전 3시까지도 방에 인기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8일 오후 1시 12분경 학생들 방에서 소리가 나지 않아 문을 열어봤다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사망한 3명은 각각 강릉고려병원(2명)과 강릉아산병원(1명)으로 옮겨졌으며, 부상자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강릉=홍석호 will@donga.com·김정훈·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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