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문장 속에 나타나는 단어들의 관계를 읽는 것이 그런 판단에 도움을 준다. 컴퓨터가 발견하지 못하는 문장 오류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문장의 전체주어는 ‘우리나라’이고 서술어는 ‘민족이다’다. 민족은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니 ‘나라’와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 ‘민족이다’와 제대로 어울리는 주어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를 ‘우리’로 바꿔 보자.
●우리는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우리나라는 민족이다.(×) → 우리는 민족이다.(?)
하지만 이런 홑문장은 정보를 많이 포함하기가 어렵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정된 문장의 밑줄 친 부분처럼 특정 부분을 꾸며 주어야 정확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 조금 더 긴 문장이 정확한 전달을 돕는다는 말이다. 혼란이 온다. 어떤 사람은 문장을 짧게 쓰라 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더 긴 문장이 정확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모순된 견해들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할까? 판단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그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기준이 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맞춤법을 다루면서는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맞춤법은 정확하고 유용한 표현을 위해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최소 완결’을 구현하는 활동이 문장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자신이 만드는 문장’. 이 둘 간의 관계를 명확히 조율하는 활동이 정확한 언어생활을 위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