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기가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인력이 없다고)퇴원하라네요.”
가천대 길병원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환자들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퇴원을 권고받는가 하면, 시위를 위해 병원 로비에 모여든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과 혼잡함이 가중되면서다.
퇴원 수속을 한 환자의 보호자(김소연·가명·36)는 “아이가 2살인데, 지난 토요일 폐렴 증상으로 입원을 하게 됐다”며 “염증 정상 수치가 0~0.5정도라는데, 우리 아이는 현재 7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이번주 금요일 폐 사진도 찍어보고, 상태가 호전됐는지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오늘 병원 측으로부터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퇴원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병원은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고, 그저 집에서 관리를 하면서 상태를 지켜보라는 말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3개월 주기로 진료를 받기 위해 이 병원에 내원하고 있는 한 환자(정현자·47·여)는 “병원 내원을 했다가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통해 병원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듣고 깜짝 놀랐다”며 “병원 인력들에 대한 복리후생은 곧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와도 연결되는 문제인데,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이렇게 형편 없는 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환자(59)는 “몸이 안좋아서 내원했다가 파업으로 인한 집회 소음에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며 “이길여 회장 사무실에서 파업을 할 것이지, 도대체 환자들은 무슨 죄냐!”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본관 로비 1층과 2층에서 전체 조합원 1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을 시작했다.
다만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 업무 부서 인력은 근무하도록 했다.
이번 파업은 병원 설립 6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노조는 19일 오전 5시까지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히지 못하고 같은날 오전 7시부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은 인원 부족으로 강도높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인원 충원이 되지 않고 있으며,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인상도 제대로 되지 않아 열악한 조건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간제 노동자들을 2년마다 계약 해지하고, 계속해서 신규 인력으로 채용하면서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며 “새로 설립된 보건의료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노조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임금의 15%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5%대 인상으로 맞서고 있으며, 다른 요구안에 대해서는 들을 생각조차 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임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