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 순백이다. 15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은 선명했고 상고대(사진)가 넓게 펼쳐지면서 하얗게 변했다. 구상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는 가지를 상고대에게 온전히 내어주고 긴 겨울잠에 빠졌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과 달리 한라산 상고대는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시내에 있으면서도 상고대 장관을 편하게 보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그 상고대는 오래 가지 않는다. 해가 비치면 상고대가 사라지면서 나무는 앙상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상고대는 따뜻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 잘 만들어진다. 일명 ‘서리꽃’이라고도 불린다. 지표면에 발생하는 서리와 달리 상고대는 나뭇가지 등에서 생긴다는 점이 다르다. 찬바람에 눈송이가 날리면 점점 두꺼운 상고대로 발달한다. 이런 상고대는 끝이 새우꼬리 모양인 ‘연한 상고대’라고 한다. 겨울 한라산의 출입통제용 목책이나 깃대에 형성된다. 한라산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나 소나무에 큰 물방울이 얼어붙어 만들어지는 단단한 서리꽃은 ‘굳은 상고대’라고 한다. 구분이야 어찌됐든 상고대는 겨울 한라산 매력 가운데 하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