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방문한 요르단 수단 암만에 있는 하마드 씨의 집은 66m²(옛 20평) 남짓한 규모였다. 하마드 씨 가족은 그의 아내와 아들 3명, 딸 2명 등 총 7명이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어 초등학생 정도의 지능이라는 막내아들(29)과 함께 기자를 맞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요르단에 있는 예멘 난민의 수는 올해 8월 기준 1만2194명에 달한다. 예멘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3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요르단으로 흘러든 것이다. 요르단이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고, 비교적 정부의 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이곳을 택한 난민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하마드 씨 가족의 경우 고정적인 수입은 막내딸의 월급 140디나르(약 22만 원)가 전부다. 매달 내는 집세 160디나르(약 25만 원)보다 적은 돈이다. 다른 아들과 딸들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하마드 씨와 아내는 몸이 불편해 일을 하지 못 한다. 하마드 씨는 “빚을 내서 생활하고 있다”며 “요르단 사람인 집주인이 사정을 봐줘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멘 탈출 직전 반군에 징집된 막내 아들을 군에서 빼내기 위해 재산 대부분을 썼다.
요르단 정부와 UNHCR에서도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요르단은 예멘 난민 외에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온 난민도 받아들이고 있다. 요르단 정부가 운영하는 아즈락 캠프에서 사는 시리아 난민만 약 4만 명이다. ARDD 측은 “구호단체들의 지원이 시리아 난민들에 집중되면서 예멘 난민들은 소외받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예멘 난민들 가운데 젊고, 정보 습득이 빠른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중동 지역이 아닌 곳까지 가기도 한다. 내전이 장기화되다 보니 예멘을 탈출하면서 가지고 나온 돈으로는 버틸 수 없어서다.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549명 가운데 남성이 504명(91.8%)이었다. 난민신청자 중 20~30대가 449명(81.8%)에 달한다. 올해 6월 제주에서 만난 예멘인 난민 A 씨(30)는 “말레이시아에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한국까지 왔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내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암만=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