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성 출신 중국인, 미국 일간 WSJ에 주장 “라오스 살다 2004년 우연히 중국의 탈북자 밀입국 돕게 돼. 중국 공안에 두 번 잡혀가기도. 위험 느껴 2016년 한국에 망명 신청했지만 거절 돼” WSJ “법적 다툼 결과 21일 나올 예정” 한국 법무부 관계자, “탈북자를 도운 사람의 망명 신청이 통과된 적은 없다”
한 중국인이 약 10년 간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내 탈북자 500여 명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고 그 때문에 신변 위협을 느껴 한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인 투아이룽(55)은 이같이 밝히고 “2016년 한국 망명 신청이 거부된 후 법적 다툼을 하고 있으며 21일 그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투아이룽은 자신이 중국 장시성 출신이며 라오스에서 건설 관련 업무 등을 하다 2004년부터 중국 내 탈북자를 돕게 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선 탈북 사실이 적발되면 탈북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데, 이 때문에 중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탈북자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다는 것이다. 투아이룽은 “(해외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비즈니스맨을 알게 됐는데, 그 비즈니스맨의 (한국인) ‘보스(상사)’가 ‘탈북자 한 사람 당 500달러씩을 지불하겠다’고 해서 그들을 라오스행 배에 태우게 됐다”고 말했다. 투아이룽은 한국인 비즈니스맨과 그 상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탈북자들을 돕기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0명 정도의 중국 내 탈북자를 라오스로 입국시켰고, 이들 중 일부는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투아이룽은 2006년부터는 한국의 천기원 목사와 손을 잡고 탈북자들을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일을 했다고 한다. 당시엔 1인당 1000달러를 받으며 한 달에 3번 씩 중국-라오스-태국을 왕복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활동이 중국 공안에 발각돼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7개월 간 구류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라오스에서의 그의 신변이 위험하지 않고 중국에서도 그가 정치적 이유로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망명 신청이 거절된 이후 법적 다툼을 벌여온 투아이룽은 21일 그 결과가 나온다고 WSJ에 전했다.
현재 제주도에 거주 중인 그는 “나는 내 양심이 내게 시키는 대로 했다. 미래엔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한국인은 내게 한국이 싫으면 떠나라고 하지만, 나는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개인의 난민 신청과 관련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면서도 “탈북자를 돕다 망명을 희망하게 된 사람의 망명 신청이 통과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