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전직 특별감찰반원 김태우씨가 올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새로 생긴 감사관 자리에 마음을 뺏겨 이후부터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김씨가 작성한 문건을 폭로하며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반박 브리핑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 대신 김씨의 근무태도 지적을 통해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비서관은 이날 오후 6시50분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나 원내대표가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폭로한 김씨 작성 문건 목록에 대해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건 리스트에는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비위 관련 첩보, 고건 전 국무총리의 장남 고진씨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동향,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업자의 부정청탁 수령 예산, 조선일보 취재 내용 등 10건이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는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한국금융연수원장 과거 부적절 처신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송모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방통위 고모 상임위-김현미 국토부장관과 갈등 내용도 담겼다.
박 비서관은 이에 대한 반박을 위해 마련한 브리핑 자리에서 조선일보 취재 내용 첩보 보고서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거래 의혹 관련 보고서 작성 배경을 과기정통부로 이동을 원했던 김씨와 연관지었다.
박 비서관은 “과기정통부가 감사관 자리를 새로 만들고 그곳에 김 수사관이 지원을 했었다는 것이 저희들의 징계 사유 내용 중에 포함돼 있다”며 “과기정통부 공모는 2018년 7월26일 경에 있었고, 김 수사관은 이 시기에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크게 열심히 일을 안 하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감반장이 ‘언론사찰의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했고, 그렇게 폐기된 보고서”라며 “2개의 보고서는 제게도 보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업무 특성상 주로 외근을 했던 김씨가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지라시’ 수준의 형식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이 김 비서관의 설명이다.
박 비서관은 또 지난 8월27일과 28일 작성된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상임위원-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보고서와 이명박정부 방통위 시절 황금주파수 특혜 의혹보고서에 대해서도 김씨의 감사관직 최종 발표시기에서 개연성을 찾았다.
박 비서관은 “8월24일은 김 수사관의 감사관직 최종 발표가 나는 시기였다. 저희가 이틀 전에 김 수사관이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응모한 것을 중단시켰다”며 “그 후 근신 기간을 한 달 둬서 직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근신 기간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 출입처를 몰랐고, (출입처) 관리는 특감반장의 고유 영역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비서관은 또 코리아나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2017년 7월11일)와 한국자산공사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보고(2017년 7월14일)에 대해선 “김 수사관이 정식 임명된 시기와 관련해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수사관은 2017년 7월 초부터 들어와서 근무를 했지만 정식 임명을 받은 것은 2017년 7월14일”이라며 “그러면 이(작성) 시기가 그(임명) 이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비서관은 나 원내대표가 민간인 사찰 의혹이라고 제기한 11개의 문건 가운데 정식 보고라인을 거쳐 조국 민정수석까지 보고된 문건은 3건이라고 밝혔다. 이인걸 특감반장에게까지 보고된 문건은 4건, 보고가 없었던 문건은 2건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1건에 대해서는 설명 없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