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전구멍 드러낸 강릉펜션 사고]경찰, 법규 어긴 불법시공 조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 객실 내부의 가스보일러. 배기통 아래쪽 홈 부분이 잘려 있고, 보일러 본체와 2~3cm 틈이 벌어져 있다(위 사진). 반면 정상적인 배기통은 아랫부분에 보일러 본체와 맞물릴 수 있는 홈이 있다. 홈이 있는 부분에 고무패킹을 끼우면 배기통과 본체가 틈새 없이 밀착해 일산화탄소가 누출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릉소방서·심상조 씨 제공
하지만 지난달 이 펜션 안전검사를 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건물 외부만 둘러본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 펜션 같은 농어촌 민박 내부의 보일러 점검은 민간 가스공급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할 주체가 모호해 펜션의 가스 안전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일러 배기통 절단 흔적 정밀 감식
문제의 보일러는 2014년 펜션이 지어질 때 처음 설치됐다. 당시 펜션에 보일러를 납품했던 대리점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 만나 “우리는 보일러를 배달만 해줬고 설치는 그쪽에서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전문가가 설치 편의를 위해 배기통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법상 보일러와 배기통 이음매는 반드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철끈과 나사로 고정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사고 펜션의 보일러에는 실리콘도, 철끈과 나사도 없었다.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 보일러를 부실 점검·관리해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보일러를 부실 설치한 시공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를 방치한 사용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게 전부다.
○ 보일러 점검 시스템도 ‘총체적 부실’
사고가 난 펜션에 가스를 공급해온 업체 역시 펜션 내 보일러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6월경 사고 펜션을 점검했는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농어촌 민박의 경우 대부분 영세 가스공급업체가 안전점검을 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 점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은 전국 2만6000여 곳에 이른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지자체의 안전점검을 받는다. 하지만 이 점검에 가스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점검을 하더라도 보일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릉=조동주 djc@donga.com / 고도예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