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잇단 사고에 안전대책 평가 싸늘… ‘문재인 케어’ 지속성에 물음표

입력 | 2018-12-20 03:00:00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끊임없는 人災… 빛바랜 안전대책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인재(人災)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이 올해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교육문화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정책은 ‘깜깜이’ 기준으로 대학들의 반발을 산 대학기본역량 평가였다.》

복지교육 분야

“이번이라고 다를까요? 참변이 발생하면 난리가 나지만 며칠 지나면 안전의식과 대책은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불안한 동시에 허탈해하고 있다. 늘 인재(人災)라는 말이 뒤따르고 뒷북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새로운 인재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및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분석한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문화 분야에선 대학기본역량 평가가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 반복되는 사고에 불신 커진 안전대책

행정안전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라며 5월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등 7가지 주요 안전 무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종합 평균 점수는 3.22점으로 사회복지 분야 평균(3.4점) 이하였다. 정책 인지도는 일반인 2.2점, 전문가 2.6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효과성은 2점에 그쳤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주요 원인은 올해 안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시작으로 7월 김해공항 BMW 과속사고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윤창호 씨 사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그리고 18일 강릉 펜션 사고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전 무시 관행은 이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문재인표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건강보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와 올해 9월 도입된 아동수당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 체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속성이나 효과성 등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평균 점수 3.50점을 받은 문재인 케어의 항목별 평가를 보면 목표명확성과 사회현안 반영도는 각각 3.7점으로 높은 반면 실현가능성은 3.2점, 효과성은 3.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장성을 확대하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는 3.49% 인상된다. 2011년 5.9% 인상 이후 8년 만에 인상폭이 가장 크다. 2025년에는 문재인 케어에만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동수당제도 역시 사회현안 반영도(3.9점)나 목표명확성(3.7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책임성(3.1점)과 효과성(3.3점)에서 평균 점수가 깎였다. 아동수당은 내년 9월부터 지급 대상이 생후 0∼83개월로, 현재보다 12개월 더 확대된다. 지급 대상을 선진국 수준(12∼15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경우 연평균 8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을 최대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긴 국민연금 개편안도 14일 발표됐다. 향후 연 40조 원의 예산이 들 수 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이 재정 고갈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학 자율 외면한 대학기본역량 평가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교육문화 분야 1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2.65점)를 받았다. 전체 분석 대상 정책 40개 중 39위였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평가 방식으로 대학의 반발을 사면서 전문가들이 낙제점을 줬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질 때를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3년마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가 안 좋은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전체 323개 대학 중 116곳이 정원 감축 조치를 받았다. 이 중 50곳은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최하위 11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막혀 사실상 ‘퇴출 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정량과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데 정성 평가 기준은 불분명하다. 평가위원들은 대학 관계자와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위원끼리 의견을 나눠선 안 된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대학의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품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복지교육 평가: 윤견수, 김두래 고려대 교수

▼ 이산상봉 지원-복무기간 단축 호평… ‘고사 위기’ 방위산업 정책 최하위권 ▼

외교안보 분야

지난해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군사분계선(MDL)을 오간 남북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대화 국면 속에 무려 5687대의 차량(18일 기준)이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지난해 남북을 오간 인원은 115명이었지만 올핸 이미 7000명을 넘겼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에도 이런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정책 평가 대상이 된 각 부처의 4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5점 만점에 3.66점)를 받은 건 통일부의 ‘이산가족 문제해결 지원’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총 170가족 833명이 상봉 행사를 가졌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에선 개별 상봉이 이전보다 1시간 늘어 3시간이 됐고, 객실 내에서 가족끼리만 도시락 점심을 먹게 돼 호평을 받았다.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도시락 점심’ 등 우리 측 편의 제안을 북측이 적극 수용했다”고 했다.

남북 교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각 부문에서 전방위로 펼쳐졌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46명이 참가했고,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는 재계 총수들을 비롯한 각계 관계자가 평양으로 갔다. 이와 관련한 통일부의 ‘남북 사회문화교류 활성화 추진’과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 관계 재정립’ 정책은 나란히 3.44점을 받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위력을 증강하는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우리 군사적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의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억제 및 대응능력 강화 정책’은 3.17점을 받아 비교적 양호한 점수였지만 이는 2018년 방위력 개선비가 13조52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느는 등 ‘수치적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전 대응 태세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사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방위산업의 정책인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및 일자리 창출지원’과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실효적 제재 정책’(이상 방위사업청)은 각각 3.16점, 3.14점에 그쳐 외교안보 평가 대상 중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발굴 강화(국가보훈처)’는 3.47점, ‘병 복무기간 단축’(국방부)은 3.37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를 향한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비리 관련 사건이 최근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전 방산비리로 인해 ‘방위산업=비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것 같다. 제도 개선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최지선 기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외교안보 평가: 김선혁, 임현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