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형단지 통합시스템 도입… 내년 월급 180만→110만원 줄어 110명 중 대부분 사표 제출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아파트 전경.
부산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약 100명의 경비원이 집단 실직 위기에 놓였다.
19일 부산 남구 LG메트로시티 입주자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 110명 중 98명이 31일 직장을 떠난다. 내년부터 이 아파트 단지에 통합경비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경비원의 근무체계가 크게 바뀌고 임금이 60만∼70만 원가량 대폭 삭감되기 때문이다. 통합경비시스템은 주차 차단기, 폐쇄회로(CC)TV, 전문업체 등을 이용한 경비시스템이다. 2001년 준공된 LG메트로시티는 총 7374채의 대규모 단지다.
현재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무급 휴게시간 8시간 30분을 포함해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무급 휴게시간 3시간 30분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게 된다. 경비원 근무 시간을 11시간 미만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대다수 경비원은 근무체계 변경과 줄어든 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근 사표를 냈다. 경비원 A 씨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어떻게 100만 원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번 결정은 사실상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 과반수 동의를 받고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결정에 반발하는 주민도 일부 있다. 입주민 B 씨는 “차라리 관리비 몇천 원을 인상하는 게 낫다고 본다. 100명이 지키던 심야에 이제 고작 10명이 지킨다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단지 내 일부 상가는 현수막을 붙이고 통합경비시스템 도입 반대 서명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아파트 안전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한 점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