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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캐나다와 FTA협상 중단… 확전 치닫는 ‘화웨이 보복전’

입력 | 2018-12-20 03:00:00

캐나다인 1명 추가로 억류… 멍 부회장 체포 이후 관계 급랭
캐나다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참여 배제 심사 나서
화웨이, 일대일로 참여국선 선전… 나이지리아 등과 장비공급 계약




중국이 자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언론 내셔널포스트는 18일 “중국이 자국 내 캐나다인 2명을 억류한 데 이어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캐나다인 1명을 더 체포했고 캐나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서방국가들이 잇따라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거나 배제를 검토하면서 미중 갈등이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 중국, FTA 협상 중단으로 보복했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만 해도 장밋빛이었던 중국-캐나다 간 FTA 협상이 멍 부회장 체포(이달 1일) 이후 중단됐다”고 18일 보도했다. “중국과의 FTA는 (양국 관계의) 필수 요소”라며 캐나다가 FTA 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 중단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는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밴쿠버 공항에서 멍 부회장을 전격 체포해 중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중국은 멍 부회장이 체포된 이후 자국 내 캐나다인들을 잇달아 억류했고 진행 중이던 양국 기업 간 사업 계약을 연기하는 등 보복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참여를 배제할지를 두고 보안심사를 진행 중이다. 캐나다가 속한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정보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서방 5개국) 국가 가운데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자국 5G 네트워크에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했다. 영국 BBC 중문판은 “중국과 캐나다가 긴장관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박에 고민 깊어진 서방

영국은 미국의 화웨이 배제 요구에도 자국 5G 네트워크 참여 금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화웨이 제품에 대한 보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은 2년 안에 4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퇴출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도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박을 받고 있으나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독일 통신사 도이체텔레콤과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정부 부처와 자위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조달할 때 화웨이 제품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지침을 확정한 데 이어 다음 달 일본 기업들에 화웨이 등 중국 제품을 배제할 것을 요청하는 방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 서방과 달리 개도국은 화웨이 선택

미국의 압박으로 서방국가 시장에서 불리해진 화웨이는 미국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개발도상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포르투갈 통신업체 알티스에 5G 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T모바일과도 5G 관련 계약을 맺었다. 또 화웨이는 나이지리아 등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정책) 협력 국가에서는 잇달아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었다가 관계를 회복 중인 인도 정부 역시 최근 5G 네트워크 시범 테스트 기업 명단에 노키아, 에릭손, 삼성에 이어 화웨이를 포함시켰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