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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부겸]주민자치가 지방자치 근본이다

입력 | 2018-12-20 03:00:00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10월 30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제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주민 중심’이다. 1995년 단체장 선거 실시 이후 23년이 흘렀지만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가 정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단체장과 의원들을 국민이 직접 뽑는, 제도의 형식적 측면을 완성해온 시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주민자치는 주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다. 개정안은 주민의 참여, 주도권 및 행정의 책임성을 더 철저히 보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이다. 첫 지방의원 선거는 1952년에 치러졌고 자치단체장의 직선제가 헌법으로 보장된 것은 4·19혁명이 있었던 1960년이었다. 하지만 1961년 5·16쿠데타와 함께 지방자치제는 사실상 폐지된다.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지방자치제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1988년 법이 전면 개정되면서였다. 그렇게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부침을 같이해 왔다. 이제 30년 만의 법 전부 개정으로 새롭게 맞이할 미래는 지방자치의 ‘내용적 발전기’여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가능해진다.

김경관(가명) 씨는 최근 걱정이 생겼다. 대규모 숙박휴양시설이 잇달아 지어지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건 좋으나 절경도의 자연 경관을 해치는 난개발로 인한 폐해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청년들과 뜻을 모아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직접 제출했다. 도에서 도시계획을 입안할 때 그 내용을 명시해 사전 공고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낸 의견을 계획에 반영할 수 있게 한 조례안이었다. 도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도의회로 접수된 조례안은 석 달 후 통과돼 시행됐다.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해 주민이 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의회에 조례의 제정·개정안을 발안해 신속하게 제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공립고에 재학 중인 이보람(가명) 양은 오후 구내매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급식의 질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기 때문이다. 이 양은 친구들과 함께 무상급식 관련 사무에 관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무상급식 예산 집행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나 업체의 비리가 있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 담당 공무원의 비위가 밝혀졌다. 그러자 그동안 지켜보던 학부모와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주민소송까지 제기했다. 주민감사 청구인수 요건이 완화되고 청구인의 연령도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지방자치단체나 의회의 힘을 확대하거나, 예산과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만 지방자치 발전의 척도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자치의 진짜 주체인 주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현장에 반영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풀뿌리 민주주의도 강화된다. 일부 국민이나 언론에 여전히 존재하는 지방분권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도 이처럼 주민이 자치의 주인으로 온전히 거듭날 때 비로소 불식될 수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의 진짜 목적은,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이 ‘주민자치’에 있음을 새로이 확인하는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