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손만두의 ‘왕만두’.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장인들은 재야 무림에 숨어 있었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주인의 손으로 빚어서 손만두다. 그들의 손만두는 열 가지 넘는 속재료들이 천상의 궁합을 이루면서 내적 갈등이 하나도 없었다. 두툼한 만두피는 씹는 순간 만두 속과 혼연일체가 됐다. 만두에는 주인장의 오랜 연륜과 솜씨에서 나오는 유려한 곡선이 새겨져 있다. 프랑스의 제빵사가 바게트를 반죽하고 마지막에 칼집으로 쿠프를 내는 것처럼.
코아손만두는 빵살이 녹아 없어지며 입안 가득 육즙의 넥타르를 마시는 듯한 황홀경의 왕만두이다.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 숨어 노포가 된 특이한 이력이다. 쇼핑몰이 리뉴얼 될 때마다 이곳만은 지켜달라는 주민들의 청원으로 지켜진 지 30년. 돈육이 듬뿍 들어 듬직하고 육즙이 가득하지만 야채 육수가 담백하게 잡아주니 느끼할 겨를이 없다. 만둣국용 생만두를 파는데 정갈한 맛과 모양새에 강남 사모님들이 손님맞이나 명절용으로 예약하는 곳이다.
이재현발아현미찐빵은 김포에서 강화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만두피에 강화 청정농법으로 농사지은 현미를 쓴다. 현미 가루와 발아현미 비율이 반죽의 40% 이상. 소화를 돕고 풍부한 무기질과 유익성분을 인정받아 특허까지 획득했다. 무설탕이라 혈당 조절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속 재료는 아내가 담당한다. 친척이 직접 농사지은 강화산 야채를 듬뿍 넣고 김장을 시원하게 담가 돼지고기와 함께 빚는다. 매콤하고 구수한 만두 속이 애쓰지 않아도 녹아드는 발아현미 만두피와 어우러지니 입안에서 강화의 풍요로운 들판이 펼쳐진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코아손만두: 서울 서초구 잠원로 37-48 뉴코아아울렛 1관 지하 1층. 왕만두 4개 6500원, 사골떡만둣국 7000원, 만둣국용 생만두 7000원
○ 이재현발아현미찐빵: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079. 손만두 6개 4000원, 발아현미찐빵 6개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