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지하철역 ‘북적’…일부 시민 “카풀 반대 이해 안가” 오후 7시 넘자 택시 조금 늘어…기사들 “눈치 보이지만 돈 벌어야”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집회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버스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News1
“30분째 기다리는데 택시가 안 잡히네요.”
택시 노동자들이 운행을 멈추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집결한 20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만난 장모양(17·여)은 이같이 발했다.
이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강남역 인근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있었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가는 강남대로에서 택시를 세어보니 오후 5시30분부터 30분간 총 6대만이 지나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장씨와 함께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양(17·여)은 “카카오 택시, 티맵 택시 가릴 것 없이 아무 것도 안잡힌다”며 “급한 약속이 있어 신사동으로 가는데 택시가 없어 감기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택시를 잡기 어려웠던 것은 택시업계가 운행을 멈추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이날 오후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약 12만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운집했고, 2000여대의 택시가 국회 일대로 모여들었다.
집회와 함께 전국의 택시기사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21일 오전 4시까지 동맹 휴업을 진행한다. 휴업 사실을 안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퇴근길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신논현역 5번 출구 앞에서 만난 김모씨(45)는 “아까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오늘은 택시탈 생각도 하지말라고 해서 지하철 타려고 왔다”며 “오늘 영등포쪽에서 약속이 있는데 사실 9호선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하려고 했지만 택시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 신모씨는 “다들 파업해서 (원래는)나도 (운행)하면 안되는데 월급쟁이가 아니라 하루살이다보니 나왔다”며 “남들은 휴무하는데 혼자 돌아다니면서 운행하는게 양심적으로 눈치가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전에는 운행중인 택시에 동료 기사가 돌을 던졌다는 귀띔도 있었다. 또다른 택시기사 B씨는 “오늘은 이 동네 가까운 곳에 가는 손님만 태우고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로 아까 개인택시 한 대가 운행하다가 돌을 맞아 앞유리가 깨진 것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최모씨의 분신 이후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에 대해 조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많았다.
시민 송모씨(35)는 “택시가 없어 불편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카풀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체제가 있으면 그것을 이용하려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라면서 “현재 상황 역시 택시기사들이 스스로 초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 앞에 집결한 택시기사 12만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진행한 후 마포대교를 횡단했고, 오후 5시50분쯤 해산했다. 당초 택시업계는 택시를 이용해 ‘국회 둘러싸기’를 예고했고, “불법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