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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때 인수해야할 전세권에 주의해야

입력 | 2018-12-21 03:00:00

[고준석의 실전투자]선순위 전세권 있는 아파트




법원 경매에 올라온 인천 서구 가좌동의 진주아파트 정보. 1억5000만 원에서 시작한 최저매각 가격이 4개월 만에 5000만 원대 초반으로 줄었다. 공시된 정보 가운데 ‘특수권리’ 항목의 선순위 전세권이 눈에 띈다. 이 아파트는 선순위 전세권 1억 원이 걸려 있어 경매가격이 급속히 깎였다. 신한옥션SA 제공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인천에 사는 M 씨(33)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열심히 종잣돈을 모으면서 경매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내년 1월 7일 4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인천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500609)를 발견했다. 인천 서구 가좌동 진주아파트(전용면적 47.44m², 대지권 31.19m²)로 지역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까지 M 씨의 마음에 쏙 들었다.

M 씨는 곧바로 해당 아파트의 등기부를 확인했다. 1순위는 전세권, 2순위는 경매 개시(강제경매) 결정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된 권리는 단 두 개로 간단했다.

하지만 선순위 전세권이 헷갈렸다. 선순위 전세권이 경매로 인해 소멸되는 기준권리인지, 아니면 기준권리가 아니라 매수인이 인수해야만 하는 권리인지 여부다.

전세권은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에 의한 전세권 설정 계약을 하고, 등기를 마치면 효력이 발생한다. 등기된 전세금은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다. 특히 전세권은 민법 318조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즉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서 경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건물 전체에 대해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즉 건물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 대해서만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경매를 신청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전세권은 경매로 인해 소멸되는 기준권리로 간주될 수도 있다. 만약 건물 전체에 전세권을 설정하고 경매를 신청한 경우에는 전세권이 기준권리가 된다. 또 선순위 전세권으로 경매가 진행될 경우, 후순위 권리보다 우선 배당을 받는다.

이제 M 씨가 살펴본 진주아파트의 경우를 보자. 4차 매각기일(최저 감정가 5145만 원)을 앞둔 이 아파트는 경매절차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도 최초 감정가(1억5000만 원)보다 9855만 원 떨어진 상태다. 이렇게 아파트가 계속 유찰되는 이유는 선순위 전세권(1억 원) 때문이다.

또 매각물건 명세서에도 전세권 설정등기(2017년 4월 11일 등기)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는 내용이 있다. 선순위 전세권의 내용을 보면 전세권자는 경매 신청뿐 아니라, 배당 요구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선순위 전세권이 기준권리가 될 수 없다. 경매로 소멸되지 않아 매수인이 1억 원의 선순위 전세권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자. 진주아파트는 686채 규모 단지다. 아파트 주변에 가림초, 가좌초, 가좌중, 가림고 등이 있어 교육 환경이 좋다. 인천지하철 2호선 가좌역이 822m, 서부여성회관역이 868m 떨어져 있어 교통 환경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같은 면적의 진주아파트 시세는 1억3000만 원대다. 현재 물건의 경매 4차 매각금액은 5145만 원이다. 최저가로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매수인은 결코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인수해야 하는 전세권이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전세권 1억 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세보다 2000만 원 더 비싸게 매수하는 셈이다.

‘경매로 내 집 마련’은 매우 좋은 생각이다. 싸게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매 물건은 무조건 싸다고 매수하는 게 아니다. 통상 유찰이 계속되는 것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례처럼 선순위 전세권자가 경매 신청뿐 아니라 배당요구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전세권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