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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예멘내전 끝 보인다” 내년 군비 축소

입력 | 2018-12-21 03:00:00

휴전 이어 포로명단 교환… 평화회담 합의 후속조치 착수




‘아라비아의 보석’이라 불리던 예멘을 ‘최악의 땅’으로 만든 내전이 마침내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15년 아랍 연합군을 구성해 사실상 내전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군비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최대 격전지인 예멘 남서부 호데이다 지역에서 18일 0시를 기해 휴전한 예멘 정부군과 반군은 내년 1월 포로 교환을 시작한다. 양측이 교환하는 포로만 총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사우디 정부가 18일 오후 2019년 예산안을 발표하자 중동 현지에서 “예멘 내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확 줄어든 군사비 때문이다. 사우디는 내년 정부지출 규모를 전년 대비 7% 늘어난, 사상 최대치인 1조1060억 리얄(약 332조4304억 원)로 정했으나 내년 군사비 지출 규모는 1910억 리얄(약 57조4100억 원)로 전년 대비 12% 줄였다.

중동 전문 뉴스사이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19일 “사우디의 대규모 군비 축소는 예멘에서 전쟁을 중단하거나, 전투의 강도를 줄이려는 사우디 정부의 의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2015년 3월 ‘결정적 폭풍’이라는 작전명으로 예멘 내전 개입을 시작한 뒤 군 병력 15만 명, 전투기 100대를 투입하는 등 막대한 전비를 지출해 왔다.

19일에는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포로 명단을 교환했다. 13일 유엔 주재로 스웨덴에서 열린 평화회담에서 포로 교환에 합의한 뒤 첫 후속 조치다. 양측이 교환한 포로 명단은 1만6000여 명으로 협상 당시 밝힌 1만5000명 규모에서 약 1000명이 늘어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측은 “앞으로 6주 동안 포로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구금돼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단에 있는 포로 중 상당수는 사망했거나 실종됐을 가능성이 있다. 휴전이 발효된 18일 0시 이후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있는 양측은 호데이다 지역에서 내년 1월 초까지 철군을 마칠 계획이다.

내전 발발 4년이 지나는 동안 예멘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정부군의 편에 선 사우디 주도 12개국 다국적 연합군과 후티 반군 편에 선 이란의 대결 구도 양상을 띠며 사실상 국제전쟁 무대가 됐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것은 민간인이다. 예멘 전체 인구 3000만 명 중 2200만 명이 음식, 의료, 교육 등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도 절반이 하루 2달러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