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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보일러는 괜찮을까” 가스점검원 전화 불났다

입력 | 2018-12-21 03:00:00

시민들 ‘펜션사고’ 불안감에 문의 쇄도




부상 학생, 걸어서 병실로…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 발생 사흘째인 20일 강원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던 서울 대성고 학생 도모 군(18)이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병실로 이동하고 있다. 도 군은 상태가 호전돼 이르면 21일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강릉=뉴시스

서울 서초구의 한 원룸에 사는 이모 씨(29·여)는 19일 급히 집주인에게 보일러 점검을 요청했다. 올해 초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도시가스 점검원이 “배기통이 빠져 있다”며 끼워준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당시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해 그냥 놔뒀다고 한다. 확인 결과 다행히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씨는 집주인과 상의해 보일러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강원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참변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일러 사용이 잦은 겨울철 보일러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 등이 연소하며 발생한다. 색깔과 냄새가 없기 때문에 누출되더라도 인지하는 게 쉽지 않다.

○ 필수가 된 보일러 점검

강릉 펜션 사고 이후 송년회나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보일러 점검은 필수가 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 동아리 회원 30여 명은 이번 주말 서울 근교의 펜션으로 수련 모임(MT)을 떠날 예정이다. 이 사실을 안 부모와 가족들의 걱정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유모 씨(24)는 급히 휴대용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주문했다. 유 씨는 “MT를 가면서 보일러에 대해 신경 쓰는 건 처음”이라며 “펜션에 도착해서도 보일러를 먼저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펜션에는 ‘어떤 보일러를 쓰는지’를 묻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홍모 씨(62)는 “가격보다도 보일러 관리 상태를 먼저 묻는다”며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안전한 곳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스보일러를 쓰는 가정을 연 2회 방문해 가스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는 안전점검원들에게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사용하는 보일러에 대한 ‘종합검진’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점검원 방문 시 집에 사람이 없어 점검을 못 하더라도 거주자가 다시 연락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과 대비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점검원 A 씨는 “18일 하루에만 점검을 요청하는 전화가 10통 이상 왔다. 얼마 전에 점검을 한 집에서 다시 한번 봐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안전수칙 습관화 중요”
불안감을 느낀 보일러 사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의 보일러 상태를 공유하면서 안전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배기통에 실리콘이 발라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아파트인데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설치돼 있는지 모르겠다’ 등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탄 일부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주문이 몰려 일시적으로 품절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소에 몇 가지 안전수칙을 확실하게 지킨다면 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보일러를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일러를 설치할 때 자격을 갖춘 업체에 의뢰하고, 보일러 본체와 배기통 접합부가 단단히 고정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육안으로 배기통 등을 수시로 살펴보는 습관을 가진다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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