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남과 북이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함께 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이라는 IOC의 모토와도 딱 들어맞는다. 독일과 호주, 인도 등이 유치전에 나설 기세이지만 화제성이나 명분을 감안할 때 남북 공동 올림픽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 올림픽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절차가 있다. 국민 또는 유치 도시 시민들의 동의다.
북한으로 범위를 넓히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평양에도 대규모 경기장이 있지만 IOC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 도로와 통신 등 인프라 건설 비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IOC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한다 하더라도 상당 부분 우리 측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올림픽이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나라는 점점 줄고 있다. 2024년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 때도 이탈리아 로마, 독일 함부르크, 미국 보스턴 등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모두 기권했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두 도시만 남자 IOC는 이례적으로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로 두 대회 개최 도시를 동시에 선정했다. 2026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던 캐나다 캘거리도 주민투표 끝에 기권하기로 했다.
올림픽을 여는 데는 보람만큼 큰 희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유치 도시는 국민 또는 시민들에게 올림픽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올림픽에 드는 비용은 세금, 즉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우리나라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2주간의 짧은 축제가 끝난 뒤 후유증도 상당하다. 많은 경기장들의 활용 방안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아직도 설거지를 끝내지 못한 셈이다. 그런 와중에 지금 또 다른 축제를 열려 하고 있다. 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 국민적인 동의와 함께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