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옛 연인을 5년 동안 만났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환승을 당했어요. 환승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힘들어서 가슴에 쥐가 난 것처럼 아팠어요. 그리고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극복이 안 돼요.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또 떠날까 봐 마음을 주지 못하겠어요.”
사랑에 환승이라니. 환승하면 돈도 절약되고 편하겠지만 사랑이 대중교통도 아닌데 환승이라니.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것이지 당신이 나쁜 게 아니에요. 그리고 다음 사람은 아무 잘못 없는 거잖아요. 다음 사람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옛사랑 때문에 같은 취급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사람은 이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처음엔 너무 잘 맞았는데 그 사람이 요가에 심취했어요. 처음에는 요가 선생님이 예뻐서 그러나 의심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요가에 심취해서 제게 관심도 없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요가 할 때는 치유가 되는데 저를 만나면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고 했어요.”
세 번째 사람은 이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옛 연인은 욕심이 좀 많았어요. ‘사람이 어떻게 모든 걸 잘하겠어. 필요 없는 건 좀 놓고 살아’라고 했더니 그럼 저를 놓겠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5년 넘게 만났는데 같이 갔던 식당이나 동네는 다시 가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을 통해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됐는데, 어느 날 평양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혼자 냉면을 먹으러 갔어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이별, 별게 아니구나.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아직도 냉면을 못 먹고 있어요.”
내 여동생 같았으면 “그런 놈 뭐가 좋다고 냉면도 못 먹고 있냐. 오빠랑 냉면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아 있던 분이 조용히 일어나 따뜻한 물을 한 잔 떠줬고 그 사람은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이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별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비슷하다. 아프게 한 만큼 나도 아프고, 내가 아픈 만큼 그 사람도 아프길 바라고.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이별 세미나를 한 건 어쩌면, 더 나은 연애를 위한 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