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남북 철도착공식 예정대로…北에 타미플루 제공 문제도 해결”
한국과 미국에서 북핵 협상 실무를 책임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 진전을 위한 실무협상이 빠른 시일 안에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건과) 올해,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년 초까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미국과 북한 사이 실무협상이 조속히 개최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북측의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대화로 넘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그런 대화(실무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한미 간 비핵화 협상 전략, 남북관계 및 남북 공동사업 현황 등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이 본부장은 구체적인 회의 결과와 관련해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한 착공식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남북은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정부는 착공식에 쓰일 물품 반출 문제에 대해 미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해 왔고, 이날 워킹그룹 회의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착공식 반출 물품 제재 면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무대 설치에 필요한 자재 등 일부 물품이 대북 금수 품목으로 지정된 금속류여서 관련 행정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다음 주 초반께는 안보리의 공식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이어 “남북 간 합의된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고,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며 “화상상봉과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도 모두 다 얘기했다. 잔잔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것 외에는 다음 해에 가서 계속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의결했지만 대북제재 공조 차원에서 집행을 보류했다.
비건 대표는 이와 관련 “인도지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했다”며 “한미 양국이 관련 활동을 조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 양측은 인도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내년에 한 단계 더 나아가기로 했다”며 다음 회의에서 이야기할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시사한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지원 정책 재검토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미국의 독자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몇 가지 검토와 허가, 여행 승인은 인도주의 지원 단체가 북한에서 중요한 사업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워싱턴에 돌아가면 그런 정책들을 검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시 제재 완화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완화할 의도가 없다“며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살펴보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물론, 그것(신뢰 구축)을 미디어를 통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과 직접 논의하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자격과 관련해 매우 제한된, 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인도지원 프로그램 감시를 시행함에 있어 국인은 특별히 유효한 여권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19~2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시찰, 한미 북핵 수석대표 만찬 협의 등 일정을 가졌다. 그는 이날 오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났고, 오후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