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까, 먹을까/황윤 지음/372쪽·1만5000원·휴
구제역이 전국을 뒤덮었던 2010년 겨울, ‘돈가스 마니아’였던 이 책의 저자이자 영화감독 황윤은 살아있는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좁은 틀에 갇혀 각종 약물을 투여받고, 평생 임신과 분만을 반복하며 도축되는 돼지들. 그가 본 ‘공장식’ 축산 과정은 참혹했다. 2015년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가 잡식가족이 돼지가족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책은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고민, 답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담았다. 저자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전후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사람의 식자재가 되기 위해 처참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도축당하는 동물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친 육식에서 비롯된 낙농산업은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보내고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은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 이런 축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역시 육식 위주의 삶을 부추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저자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 소규모 농장의 고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육식의 대안인 채식의 이로움과 즐거움을 설파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