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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농사 짓던 장관님, 5급공무원으로 ‘인생 3모작’

입력 | 2018-12-22 03:00:00

고향서 3년째 농사 이동필 前농림, 경북도 농촌정책자문관 공채 합격
학자 → 장관 → 5급… 내년초 임용
연봉 3000만원에 2년간 시간제 근무
“농사 직접 지어보니 어려움 알아… 백의종군 자세로 농촌에 힘 보탤것”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경북 의성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 모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퇴임 뒤 노모가 살고 있는 2층 주택 마당에 사랑채를 지어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제 평생의 연구와 경험이 어려운 농촌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뜻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63)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 경북도청의 5급 시간제 공무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역대 최장수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2016년 9월 퇴임한 뒤 고향인 경북 의성군에서 3년째 콩과 팥, 마늘, 양파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전 정관은 “시골에 와보니 지방 소멸이라는 얘기를 실감할 정도로 농촌이 많이 어렵다. 어떻게 하면 고향과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이제껏 두문불출하고 땅만 파던 것 이상으로 내가 할 일이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내년부터 2년간 경북도 농업정책과에서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으로 근무한다. 5급(사무관) 상당의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다. 주 3일 21시간 근무하며, 연간 300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도청 내 별도 사무 공간이 제공된다.

경북도는 지난달 8일 경력 공채로 공고를 냈고,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이달 3일 이 전 장관을 뽑았다. 신원 조회 절차가 끝나면 내년 초에 정식 임용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농촌 살리기 사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경북도의 지역 특색을 살린 농촌 모델 발굴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농산어업 6차 산업화 추진 등의 자문을 담당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지원했을 때 솔직히 당황했다. 이 전 장관이 정보통신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팜과 농어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을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도입한 인물로 이 분야의 적임자라고 판단해 임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등을 거쳐 2013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역대 최장수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학자와 장관을 거쳐 60대에 다시 5급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규모가 작으면 돈이 안 되고 팔 데도 마땅치 않더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사회가 서로 연계하고 품질을 개선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해 방향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평생 농업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상당히 책임감을 느낀다. 수입 농산물의 개방화와 고령화로 인한 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안동=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