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회의를 갖고 26일로 계획된 남북 철도·도로연결 착공식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를 결정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의약품 지원 문제도 풀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 언론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들어 오래지 않아 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착상태인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북한을 향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이행 이전에는 제재 완화·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어제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제재를 완화할 의향이 없지만 북-미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많은 조치들을 찾아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외에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11월 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방문을 취소한 이래 미국과의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미국이 보이고 있는 유연성이 현 국면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도의 양보임을 깨달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 업적 달성을 위해 북-미 대화에 적극적이지만 미 의회와 정통 외교관들, 전문가 집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이전의 제재 완화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 올 한 해 외교안보를 자평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북한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공언했지만 북한은 추가 핵개발 중지가 아닌 보유 핵무기의 포기 결심을 증명할 아무런 조치도 취한 바 없다. 지금은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한미 공조를 토대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