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 조사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긍정’(45%) 평가보다 ‘부정’(46%) 평가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서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난 것.
올해 5월 조사에서 83%까지 치솟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개월여 만에 급락한 배경으로는 민생 경제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부정 평가의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7%) ‘대북관계·친북성향’(17%) 등의 순이었다.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50대 이상, 대구·경북 지역, 자영업자의 민심 이탈이 두드러졌다. 직업별 조사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계층은 자영업자(57%)였다. 1년 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33%에 불과했던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8%) 부산·울산·경남(48%) 서울·인천·경기(47%)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높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심각하다. 한 관계자는 “정무수석실 자체 조사를 해도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제 분야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지지율 40%대는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보였던 70∼80%대 지지율은 사실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 제자리를 찾는 것이지만 40% 이하로 내려가면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연말 연초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와 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을 통해 지지율 하락세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체감경기가 나아지고, 답보 상태에 빠진 비핵화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면 내년 1분기(1∼3월)에는 다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지르는 ‘골든 크로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