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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어떡해, 엄마가 따라갈게”

입력 | 2018-12-22 03:00:00

‘펜션 사고’ 대성고 3명 장례식
숨진 학생 어머니 오열에 주변 눈물
장지로 향하기전 마지막 등교… 학생-교사-주민 등 수백명 추모
회복 빨랐던 학생 1명은 퇴원




“잘 가거라” 눈물 속 배웅 강원 강릉시 펜션의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학생 3명의 발인이 21일 엄수됐다. 장지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대성고에 들른 운구 차량이 모교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아가∼, 우리 아가 어떡해. 엄마가 따라갈게.”

2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오열하는 중년 여성의 애끊는 탄식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강원 강릉시 펜션 보일러 사고로 숨진 서울 대성고 3학년 유모 군(18)의 어머니였다. 내내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하더니 주저앉았다. 영정 속 유 군은 교복을 입고 앳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유 군의 관을 든 친구 6명도 모두 같은 교복 차림이었다.

이날 같은 장례식장에서 유 군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보일러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안모 군(18)과 김모 군(18)의 발인도 있었다. 영정사진 속 안 군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차로 향하는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꾹 깨문 엄숙한 표정이었다. 세 학생의 친구들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운 채 정다웠던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안 군의 어머니는 아들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마지막으로 아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은 듯 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안 군의 이름을 불렀다. 주변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김 군의 관이 바로 옆 운구차에 실렸다. 김 군의 어머니는 더 이상 울 힘조차 없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아들이 떠나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세 학생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장지로 향하기 전 모교인 대성고로 향했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는 게 유족들의 뜻이었다. 학교 정문 앞 언덕길에는 세 학생을 추모하는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 등 수백 명이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운구차가 지나갈 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묵념했다. 운구차는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정문을 빠져나갔다. 일부 학생은 울음을 터뜨리며 ‘잘 가’ ‘사랑해’라고 외쳤다. 많은 학생이 운구차가 떠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참 동안 거두지 못했다.

유 군 등과 함께 펜션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졌던 학생 7명 중 일부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도모 군(18)은 이날 오후 퇴원했다. 도 군은 패딩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부축을 받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 일반 병실로 옮긴 다른 학생 2명은 다음 주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투석치료를 받았던 김모 군(18)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학생 1명과 원주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2명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릉=홍석호 will@donga.com /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