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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서울-부산-대전 높고, 충북-충남 최하위

입력 | 2018-12-22 03:00:00

고용부, 시도별 지수 첫 발표
서울 초과근로 적고 육아휴직 많아… 충북, 연평균 휴가사용 4.1일
충남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율 4.3%뿐




서울에서 일하는 김서울 씨(가상 인물)는 ‘칼퇴(정시 퇴근)’가 보장되는 편이다. 간혹 야근을 하지만 한 달에 6시간을 넘기는 일은 드물다. 김 씨 아이는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지만 국공립에 아이를 보낸다는 지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충북에 사는 이충북 씨(가상 인물)는 한 달 평균 초과 근로시간이 22시간이나 된다. 아이를 좀 더 부담 없이 오래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절실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주변에는 없다.

고용노동부가 21일 공개한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서울은 43.1점(100점 만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충북과 충남은 각각 34.8점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부의 의뢰로 초과 근로시간과 남성 가사 노동시간, 육아휴직 사용률 등 24개 지표를 종합한 결과다. 정부가 각 지역 주민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점수를 매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 부산(39.5점), 대전(38.4점) 등 대도시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기업이 밀집해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제 등을 사용하기가 더 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서비스직이나 연구개발직 비율이 높은 점도 워라밸 점수를 끌어올린 이유로 꼽힌다.

반면 지방 제조업 종사자들은 “휴가 중 일을 대신 할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수당을 택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서울의 한 달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5.2시간인 반면 충남은 22.1시간으로 4배 이상으로 길었다. 연평균 휴가 사용 일수는 서울이 5.4일인 데 반해 충북은 4.1일이었다. 충북의 한 식료품 제조업체의 인사 담당자는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월평균 가사 노동시간은 충남이 205시간, 서울이 177시간이었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비율은 서울이 2.2%인 반면 충남 1.2%, 전남 0.9%였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율은 서울이 20.5%인 데 반해 충남은 4.3%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워라밸 지수를 끌어올리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업체를 지원하는 등 가족친화적 근로 형태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충남과 충북은 일·생활 균형 조례나 전담인력 유무로 산출한 ‘지자체 관심도’(22.8점 만점) 점수가 각각 5.2점, 5.3점으로 전국 평균(6점)보다 낮았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에 힘쓰는 기업엔 지자체 사업 발주 시 가점을 주는 방식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