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잇단 폭로성 의혹 제기에 연일 반박하며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김 수사관의 고위 상관인 조국 민정수석은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별반 설명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반부패비서관실의 미흡한 조직관리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인데도 최고 책임자 격인 조 수석 대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 수석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정수석은 포괄적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특감반 운영책임자로 상황의 구체적인 파악을 하고 있는 반부패비서관이 나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비서관의 21일 브리핑에 따르면, 김 수사관 감찰 보고서 중 조 수석에게 보고된 건은 3건이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갈등(2017년 9월 22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2017년 9월 28일) ▲박근혜 정부 친분이 있는 사업가의 부정청탁 보고(2018년 2월 22일) 등이다.
이외에 감찰 첩보가 아니라서 이인걸 특감반장 선에서 폐기된 문건도 있으며 박 비서관 선에서 잘린 보고서도 있어 조 수석에겐 보고조차 안 된 문건이 대다수라고 한다. 이 때문에 6급 김 수사관의 폭로전에는 조 수석보다 직속 상관인 박 비서관이 직접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분업체계로 가는 시스템이다. 수장이 나서서 하나하나 다 해명할 수 없다”며 “내부 조직 관리에 대한 사과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전면에 나설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쟁으로 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조 수석이 직접 나서서 사과할 경우, 야당의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후 맥락을 가장 잘 아는 박 비서관이 전면에서 대응하는 게 맞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적지 않다. 먼저 근 한 달간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특감반 문제에 대해 조 수석은 공개석상에서 제대로 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공방 여부를 떠나 부실한 조직관리에 대한 책임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조 수석이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명료하게 쇄신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연일 조 수석을 의혹의 중심에 놓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직접 나서서 자신이 아는 범위에 한해서는 명확히 밝히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조 수석이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사이 야권은 이 문제에 화력을 쏟고 있어 결국 불똥이 고스란히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20일 공개한 12월3주차 국정지지도가 46.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 수사관의 잇단 폭로에 대한 여파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감찰반 직제령을 보완·개정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직제령을 구체화한 상세 내규인 21조도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부분은 업무상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상세하게 공개할 수 없지만 대략적인 개요는 조만간 브리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만간 특감반장이 새로 임명될 것이고, (국민에게) 보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