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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미계약자 11명, FA 부익부빈익빈 입증하는 또 다른 지표

입력 | 2018-12-24 05:30:00

올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권리행사를 택한 15명 중 11명이 여전히 미계약 상태다. 이대로라면 역대로 가장 많은 FA가 해를 넘겨서도 시장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오버페이, 이른바 ‘거품’ 논란에 휩싸인 지는 꽤 오래다. 여기에 더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상은 ‘부익부빈익빈’이다. 계약액의 차이가 수십배를 넘어 심지어 백배에 이르는 경우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100억원대의 초대형 FA 계약이 2년 전 최형우와 KIA 타이거즈의 빅딜을 계기로 매년 꼬리를 물고 있다. 그로부터 3년째인 2019년 FA 시장에선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 최정이 SK 와이번스와 6년 106억원에 각각 사인했다. 2017년 FA 이대호와 롯데 자이언츠의 4년 150억원, 2018년 FA 김현수와 LG 트윈스의 4년 115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5명의 100억원대 ‘FA 슈퍼리치’가 탄생했다.

이에 발맞춰 ‘해를 넘기는 FA 미계약’ 사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FA 시장에선 미국으로 떠난 황재균을 포함해 4명, 2018년 FA 시장에선 8명이 미계약 상태로 새해를 맞았다. 2019년 FA 시장에선 11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다다. 총 15명이 FA 권리행사에 나선 가운데 23일까지 계약자가 4명에 불과하다. 이미 10개 구단 대부분이 종무식까지 마치고 장기 휴가에 돌입한 터라 중소형으로 분류되는 나머지 FA 11명의 협상은 대부분 해를 넘길 전망이다.

계약 규모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FA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계약기간만 살펴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FA 선언이 무색한 1년짜리 초단기 계약이 FA 제도가 도입된 1999시즌 직후부터 발생했다. 이들과 4년, 더 나아가 최정처럼 6년을 보장받는 거물 FA들의 몸값 격차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 같은 FA들 사이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최근 들어서는 계약시기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3년간 해를 넘기는 FA 미계약자가 4명→8명→11명으로 증가하는 사실이 그렇다.

2016시즌을 마친 뒤로 FA 우선협상이 폐지됐다. 원소속수단과의 우선협상 폐지가 구단간 경쟁을 촉발해 시장을 과열시킬 요소로 간주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FA 거물들에 국한된 얘기였다. 오히려 전반적인 FA 계약시기만 늦춰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포함한 단체활동이 가능해지면서 1월까지인 비활동기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것도 FA 계약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제도변화가 FA 계약시기의 지연에 한몫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해를 넘기는 미계약 사태가 늘고 있는 것은 지난 20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FA 시장에 접근하는 구단들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요즘 KBO 구단들은 선뜻 100억원 넘는 거액을 베팅하는가 하면 반대의 사례에선 ‘의도적 지연’ 전략마저 불사하지 않는다. 의지만 품고 시장에 나왔다가는 차디찬 현실과 마주할 수 있음을 이제는 선수들 스스로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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