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서울과기대 교수 개발… 반대편 사물 어렴풋이 보여
김병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교수팀이 개발중인 투명콘크리트 기술에 학생들의 디자인을 더해 투명 콘크리트 블록을 만들었다. 빛과 형상이 은은하게 비친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제공
콘크리트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철근과 함께 현대 도시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축재료지만 뛰어난 기능에 비해 미적인 평가는 박하다.
하지만 콘크리트만큼 건축의 기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또 다양하게 변신하는 재료도 드물다. 은은하게 빛이 비치는 투명 콘크리트, 균열이 생길 경우 스스로 균열을 메우며 재생하는 콘크리트 등 새로운 콘크리트 개발이 지금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투명 콘크리트 블록은 김병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교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비밀은 아크릴 봉이다. 굵기가 각기 다른 투명 아크릴 봉을 콘크리트 안에 넣어 반대편의 빛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다.
기존에는 반투명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광섬유를 썼다. 빛이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을 타고 반사하며 섬유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섬유다. 무게 기준으로 4% 정도 광섬유를 넣으면 조명도 통과시키면서 강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건축 재료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값비싼 광섬유 대신에 투명 플라스틱인 아크릴로 대체해 가격을 낮추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금이 가면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도 있다. 콘크리트 건물을 보면 간혹 금이 심하게 간 모습이 보인다. 부실 시공인가 걱정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연적인 균열로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물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보통 고층 건물에 많이 쓰는 철근콘크리트는 내부에 철근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가면 녹이 슬어 강도가 떨어진다. 금이 간 콘크리트를 정기적으로 메워주는 이유다.
그런데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것이 ‘자가 치유 콘크리트’다. 콘크리트 내부에 광물인 방해석을 배출하는 박테리아를 먹이와 함께 넣어 만들었다. 평소에는 물이 없어 수면 상태인 박테리아가, 콘크리트에 금이 가 물이 들어가면 깨어나 먹이를 먹고 활동하며 방해석을 배출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